[빼빼로데이의 덫]이제는 '나눔데이'로 인식을 바꿔야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1996년 부산 영남지역의 여중생들 사이에서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는 의미로 친구들끼리 빼빼로를 주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빼빼로데이(11월11일)의 시작이다. 빼빼로데이는 15년이 넘게 지난 현재 청소년은 물론 직장여성ㆍ남성할 것 없이 널리 퍼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빼빼로데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특정한 날을 기념하고 행사하는 것까지 비난할 필요는 없지만 제과업체들의 상술이 지나쳐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갉아먹는 덫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과소비와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빼빼로데이에서 흔히 선물용으로 포장되는 빼빼로는 적게는 몇천원부터 수만원대 묶음 제품으로 포장돼 있다. 꽃 모양부터 별모양, 스마트폰 모양 등 다양한 포장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정작 빼빼로데이 선물을 준비 할 때는 수만원이 훌쩍 넘는 지출을 감안해야 한다. 그나마 제과업체들의 선물용 빼빼로는 가격대비 용량을 기존 제품과 동일하게 맞췄지만 빼빼로와 결합돼 판매되는 제품은 어지간한 선물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인형이나 쿠션, 초콜릿 등 각종 제품과 결합돼 판매되는 빼빼로는 십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점점 삭막해지고 개인화되는 세상에서 몇천원짜리 선물로 사랑을 확인하고 정을 쌓자는데 나쁠리 없지만 저렴한 빼빼로를 선물하던 문화가 조금씩 변질 되면서 보여주기식 관행으로 굳어지고, 그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과업체를 둘러싼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빼빼로데이를 '나눔데이'로 바꾸고, 기부문화 정착에 노력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지방의 한 고교에서는 나눔문화를 실천하기 위해 11월의 숫자 1을 의미하는 '하나'와 나누다는 뜻을 가진 순 우리말 '나누리'를 합쳐 11일을 '하나누리'로 정하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제과업체들의 상업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나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구현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배워야할 점으로 보여진다. 빼빼로데이를 나눔데이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그만큼 빼빼로데이를 통해 수익을 얻은 기업들이 나눔에 인색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빼빼로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롯데제과의 경우 매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기부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여왔다. 롯데제과는 지난 5년간 빼빼로를 통해 3000억여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2007년 370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2008년 550억원, 2009년 640억원, 2010년 750억원, 2011년 870억원으로 매년 10% 이상 성장했다. 특히 빼빼로데이 시즌 매출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롯데제과가 이 기간 사회공헌으로 사용한 금액은 '푼돈'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수익을 마케팅 비용이나 신상품 개발비로 사용, 사회공헌처럼 돈이 드는 일에는 뒷전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롯데제과는 빼빼로데이의 상업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는 날로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자 뒤늦게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역할에 나섰다. 올해 롯데제과는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에게 빼빼로 5000갑을 후원하는 등 봉사 동호회인 '함행복'을 통해 사회복지단체에 빼빼로와 필요한 물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빼빼로데이 전날(11월10일)인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앞두고 아동보호 전문기관인 인천 아동쉼터와 연계해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빼빼로 1000갑을 나눠줄 계획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 기부 활동과 나눔행사를 통해 진정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롯데제과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빼빼로데이와 함께 다양한 사회공헌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근배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빼빼로데이 자체에 상술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적 효용도 작용한다"며 "쉽게 얘기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을 나누고 인간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 상술이라고 하더라도 빼빼로를 서로 주고 받음으로 삶을 개선시켜주고, 촉진시켜 서로의 관계를 긴밀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여타 업체들이 각종 '데이'들을 만들어서 빼빼로데이를 따라하고 있는데 그 보다는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그들 제품만의 특성을 살려야 한다"며 "이런 것들을 통 해 만들어지는 소비들은 개발 성장 패러다임 속에서 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좋은 마케팅"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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