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미국은 다급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가을 대선 유세기간 동안 이 위기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플로리다, 유타, 텍사스, 일리노이 등 미국 주요 주(州) 연금펀드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일간지에 광고한 내용이다. 재정절벽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미국 주요 펀드들이 재정절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하며 버락 오바마와 밋 롬니 두 대선 후보에게 시급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우리는 매일 해결책 없이 재정절벽으로 다가서고 있다"며 "이는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1조7000억달러의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는 실질적이고 믿을만한 재정절벽 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것을 내버려두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재정절벽에 대한 불안감 탓에 미국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신문 광고비를 지불하며 이번 캠페인을 주도한 블랙록은 10월 설문조사에서 재정절벽이 투자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정절벽이란 민주, 공화 양 당이 장기 정부부채 감축 합의에 실패할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6000억달러 규모의 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이 자동적으로 이뤄져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 것을 뜻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재정절벽에 빠지면 국내총생산(GDP)이 내년에 0.5% 줄며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더블딥을 경고했다. 때문에 벤 버냉키 FRB 의장은 FRB가 추가 부양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에 합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초박빙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승부의 향배를 가를 경합주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하면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재정절벽 해법 논의에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RJ 오브라이언앤어소시에이츠의 존 브래디 이사는 이번 대선은 재정절벽 해법을 위한 일종의 거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론조사가 맞다면 오바마가 승리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가 재정절벽 해법을 찾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롬니가 이길 경우에도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롬니가 취임 첫 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한 점이나 버냉키 의장을 내치겠다고 언급한 것은 미국의 경제 정책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들이기 때문이다.미국 기업들은 대선 이후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것에 대비해 미리 자금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기업들은 대선을 앞둔 마지막 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240억달러를 조달했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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