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풀수록 한국 경제에 병은 깊어진다'
[사진=산업은행]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의 '저축론'이 새삼 화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도 저축에 있으며 한국 경제 재도약의 발판도 저축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강 회장은 5일 "국내 경기가 장기적으로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 유일한 해결책은 '저축'"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재정투입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정부가 재정을 풀수록 병은 더 깊어질 수 있다"면서 "저축으로 대변되는 절약과 근면 정신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저금리 시대에 저축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 회장은 "저축은 금리와 상관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저축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개인의 '인생관'과 관계있다"면서 "저축을 '머니게임'으로 볼 게 아니라, 투자의 기초와 경제발전의 축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행장으로 있는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예금'은 '저축이 투자를 활성화시켜 경기활성화의 주축이 된다'는 그의 '저축론'을 상품화시킨 예다. 이 상품은 예금자에게는 상대적인 고금리 혜택을 주고, 이를 재원으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대상의 저리 대출을 통해 투자를 지원한다. 출시 1년만에 5조원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성과를 거뒀다. 강 회장은 평소에도 "성장의 핵심은 저축"이라고 설파하는 '저축 전도사'다. '소비'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미덕으로 여겨지던 지난 1990년, 당시 재무부 이재국장이었던 강 회장은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저축의 날'을 지켜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소비가 미덕으로 칭송받는 시대상황에서 '저축의 날' 행사는 대통령 직접 주재에서 총리 주재, 장관 주재로 격하됐다. 청와대조차 "저축을 꼭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지만,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저축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정면으로 맞섰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 49회 저축의 날 행사장에 강 회장이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것도 이 같은 애틋함이 있기 때문이다.강 회장은 유럽을 진앙지로 시작된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해 "문제의 본질은 저축에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유럽의 문제는 제조업 경쟁력이 무너졌다는 것이며, 그 배경은 저축이 없어 제조업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비는 어떠한 경우에도 미덕이 될 수 없다"면서 "저축과 소득이 있는데 소비가 일어나지 않았던 게 과거 경기침체의 유형이라면, 지금은 저축이 없어 투자와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돈을 '빌려서' 소비를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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