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5일로 대선이 44일이 남은 상황에서 대선정국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주요 대선주자와 각 캠프의 정책과 현안에 대한 입장이 갈짓자를 반복하고 있다. 이른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선거판이다. 유권자 사이에서 대선피로증후군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단일화 한다-안한다-안하지 않는다...하자-잠시만=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대선후보등록(11월 25,26일)을 앞둔 대선정국 최대 이슈이며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전날까지 문 후보는 단일화를 거듭 제안하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해찬 대표가 지도부 사퇴론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가 요구해온 민주당의 정치쇄신에 대한 숙제의 성격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새만금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안 후보는 인적쇄신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이미 수 차에 걸쳐 언급한 바 있다. 안 후보측은 그러면서도 이날 전남대 강연에서 단일화 의사를 직접 밝힐 것이라고 예고했다. 범야권에서 단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봇물을 이루고 문-안 후보측 일각에서 이미 단일화방식을 두고 수 싸움을 벌이는 것과는 상충되는 분위기다. 국정감사를 전후로 대선후보들의 검증공세와 반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역시 각 후보측이 기대한 만큼의 파괴력은 크지 않았다.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라던 정수장학회도 고(故)김지태씨 유가족의 민사소송 외에 야권이 한 게 없다. 최필립 이사장과 MBC측의 녹취록 진위여부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뿐 이를 제외하면 새로운 게 없다는 지적이다. ◆정수장학회 NLL 논문표절 반전카드 잠잠=문 후보에 대한 NLL공방은 새누리당이 의욕적으로 들고 나왔고 초기에 여론몰이를 하는데 성공한 듯 보였으나 최근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효과가 반감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선대위와 지도부에서는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문-안 두 후보에 대해서는 단일화가 정략결혼이라거나 야합이라는 등의 비판을 하고 안 후보에 대해 논문표절의혹과 부인 김미경 교수의 채용의혹, 포스코 사외이사 등 과거시절의 행적 등을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악재들이 터져 나와도 박-문-안 세 후보의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 정수장학회-NLL-논문표절의혹 등은 새로운 반전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정수장학회는 고 김지태씨 유가족의 소송결과, NLL는 관련 고소 고발에 따른 검찰의 수사결과, 논문표절의혹은 서울대 조사결과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대선은 5년 마다 돌아오는 국가 최대 이벤트로 각 후보간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방향, 방식, 정책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매번 화제가 된다. 그러나 문-안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시작 조차 되지 않으면서 박-문-안 세 후보간의 TV토론은 사실상 무산될 조짐이다. 박 후보측으로는 "조만간 한명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1대 2 구도의 TV토론에 응해봐야 손해"라는 입장이다. 문 후보가 적극 바라고 있는 반면 안 후보측은 현재까지 공약이 마무리가 안 된 상태에서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후보들의 공개회동도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고 그나마 일부 행사에서 조우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렇다보니 후보측 대리인들이 나와 진행하는 토론회도 관심 밖이됐다.◆공약 차별화 없고 투표시간연장-女대통령론 모두 손해만=여야와 각 후보측은 투표시간 연장과 여성대통령론을 두고 공방을 펼치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은 새누리당의 먹퇴방지법과의 연계 제안을 문 후보가 받아들이고 새누리당이 다시 한발 빼면서 극적 합의에서 공방으로 변질됐다. 여성대통령론은 박 후보 진영에서 문-안 두 후보와의 차별화와 단일화 이슈를 상쇄시키려 제기했으나 민주당에서 박 후보의 여성성을 문제 삼고 일부 학계에서 과격한 표현이 나오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서 새누리당은 거부할 명분의 약발이 떨어진 상태이고 민주당은 여성대통령론에 대해 여성계마저 비판하면서 서로 손해만 보는 장사가 됐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관심을 모은 정책의 경우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복지,노동 등의 공약에서 세 후보간에 차별화가 없어지면서 경쟁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오히려 과도한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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