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형마트, 상생협력 진정성 보여야

대형 유통업체와 재래시장 등 중소 유통업체가 어제 자율 상생 방안에 합의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앞으로 신규 출점을 자제하고 한 달에 두 차례 자발적으로 휴업하기로 한 것 등이 골자다. 이들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영업규제 취소 소송도 곧 중단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세부 협력 사항은 다음 달 15일 발족하는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ㆍ중소 유통업체가 자율적으로 상생 방안에 합의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양 측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강제 영업규제에 대한 소송 등으로 갈등이 깊어져 왔다. 그 갈등을 내부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의 규제 위주 정책, 정치권의 압박 등 외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이해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나섰으니 환영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합의사항이 제대로 지켜지는지의 여부다. 중소 유통업체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법적 강제력이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송 불사를 마다하지 않다가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대형 업체의 진정성에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부와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나온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 일리가 없지 않다. 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대형마트 규제 관련 법안만도 20여개에 이른다. 대형마트 개설을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고 의무휴일을 월 2회에서 월 3~4회로 늘리는 등 기존 조례보다 강도를 높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 강화 움직임, 중소 상인의 반발, 시민단체의 압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고 자율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비켜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이 같은 의구심을 풀어줄 책임은 대형마트에 있다. 합의 사항을 실행에 옮겨 자율적 상생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선 각 지자체를 상대로 제기한 의무휴업 집행정지 소송부터 푸는 게 순서다. 영업 규제나 신규 출점 자제 등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코스트코의 의무휴업 시행과 홈플러스 합정동 입점 등의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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