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Mnet <슈퍼스타K 4>. 해외 활동으로 정신없이 바빠진 글로벌 스타 싸이 씨의 빈자리를 채워줄 특별 심사위원이 소개되는 순간, 말 그대로 화들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지난 시즌이나 예선을 통해 늘 보던 인물 중 하나려니 하는 마음에 별 기대감이 없었거든요. 사실 할머니 쪽으로 바짝 다가선 아줌마에게 그 시간은 비몽사몽 정신이 혼미할 즈음인데요. 훤칠한 외양의 윤건 씨가 등장하자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마치 소녀팬 모양 눈을 반짝이게 되더라고요. 언제 졸다, 깨다 했느냐는 듯 정신이 번쩍 들어 TV 앞으로 다가앉았다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윤건 씨의 개인 팬 입장은 아니고요. 언제가 됐든 꼭 한번 심사위원 자리에 나와 주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사실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도대체, 왜, 윤건 씨를 섭외 안하지 모르겠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은 적도 있답니다. 듣자니 이승철 씨의 추천이라지요? 아마 누가 저에게 지난 겨울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2>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 장면을 꼽아 보라 한다면 저는 주저 않고 윤상 멘토 스쿨 중간평가를 택할 거예요. 예선 당시만 해도 ‘윤상을 웃겨라’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두려움의 대상이던 윤상 씨. 그 특유의 일관성 있는 무표정 때문인지 이 팀이 엠티를 떠난다고 해도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윤상의 멘토 스쿨은 그야말로 반전을 선사했죠. 그리고 존중과 배려로 가득했던 그 현장에 바로 윤건 씨가 있었어요. 저는 그날 윤건 씨가 심사위원의 정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H3>존중과 배려의 심사평 잘 보고 있습니다</H3>
지난 주 윤건 씨의 심사평은 로이 킴이나 유승우 군에게 앞으로 내내 큰 버팀목이 될 한 마디였어요.
언제부턴가 폐부를 찌르는 신랄함을 심사의 정석으로 여기게 됐는데요. 왜 사이먼 코웰 흉내들을 그렇게 내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그 자리에 앉기만 하면 너나할 것 없이 경쟁이라도 하듯 자극적인 말과 눈빛을 쏟아내니 말이에요. 그런데 윤건 씨의 경우 말투며 어조에서만이 아니라 눈빛과 표정에서도 참가자들의 노래를 들어주려는 진심이 엿보이더라고요. 기를 죽이기보다는 살려주려는 배려가 깃든 심사평이어서 좋았던 거죠. 지금도 기억합니다. 가슴 조이고 있을 멘티 전은진 양에게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무엇보다도, 노래 부르는 모습이 예뻐요”라고 해주셨던 거요. 마음 상하지 않는 지적과 칭찬이 잘 버무려진, 신뢰할 수 있는 심사평, 이게 심사의 정답이 아니면 무엇이 정답이겠어요. 게다가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 거의 매일이다시피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대사 한 마디가 없던 윤건 씨가 그렇게 달변일 줄이야.그 때의 존중과 배려, 달변은 <슈퍼스타K 4>에서도 여지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딕펑스에게는 “오랜만에 돈 주고 보고 싶은 공연이었습니다”라는 극찬을, 윤미래 씨로부터 각자의 색이 잘 들어나지 않아 유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허니지에게는 본래 싱어송 라이터의 곡을 리메이크하기는 무척 어렵다며 그걸 나름 잘해냈다는 칭찬으로 힘을 줬죠. 또 로이 킴에게는 훈훈한 외모 때문에 오히려 실력이 저평가 받는 것 같다는 찬사와 거기에 현실적인 조언까지 보태가며 사기를 북돋아주기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린 유승우에게는 나중에 꼭 한번 곡 작업을 같이하고 싶다는 기운 나는 제안을 하기도 했고요. 아마 로이 킴이나 유승우 군, 두 사람으로서는 앞으로 내내 큰 버팀목이 될 한 마디였지 싶어요. <H3>진심이 담긴 조언은 참가자들에게도 평생 남을 거예요</H3>
반면 김정환 씨에게는 생각을 좀 덜 하면 좋겠다든지, 정준영 씨에게는 이번 주까지는 안정적이지만 다음 주에도 이러면 위험하다든지, 연규성 씨에게는 노래 정말 잘하는 친구와 노래방에 온 느낌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불편해지는 지적은 결코 아니었다는 걸 거예요. 지적을 마음 상하지 않게 하는 것도 능력이잖아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안예슬 양에게 해준 조언입니다. “노래에서 성격이 묻어나오기 마련인데 소심한 편인 것 같다. 어린나이에 소심함에서 빨리 벗어난 것이 대견하지만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하셨죠. 제가 예슬 양에게 느낀 뭔지 모를 답답했던 부분인데 그걸 딱 집어내시더군요. 맞아요. 소심함. 그걸 마음을 다잡고 깨트리니 무대가 살아났었던 것이고요. 지난 주 예슬 양은 아쉽게 탈락했지만 아마 윤건 씨의 진심이 담긴 조언은 평생 마음에 남지 싶어요. 마지막으로 제가 윤건 씨에게 드리고 싶은 평가는, “‘꽃미남 싱어송 라이터’라느니 ‘천재 뮤지션’이라느니 다소 민망할 수 있는 수식어에도 아랑곳 않는 꿋꿋함이 마음에 드네요”입니다. 물론 그 현란한 표현들, 저는 마음에 안 드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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