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민우 기자] 정수장학회 논란을 대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태도를 두고 '원칙의 도그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법리상 나와 관계가 없는데 왜 자꾸 걸고넘어지느냐'는 식의 입장은 정치의 정점인 대통령직에 오르려는 사람의 것으로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원칙적ㆍ법적인 견지에서만 사안을 바라보고 선을 긋는 태도를 고집하면 곳곳이 지뢰밭인 10월을 지나며 과거사 논쟁에 다시 발목을 잡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야권은 박 후보의 입장을 정치쟁점으로 부각시키며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박 후보 입장에 대해 "그것을 믿는 국민이 누가 있겠느냐"며 "증거(물증)는 없지만 심증은 있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전날 저녁 기자들을 만나 "이제는 법적으로 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와 무관한 것, 정리된 것'이라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느냐"며 "2007년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이 부분이 공격을 받고 부담으로 작용하니까 이사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측근을 이사장으로 (앉히고), 이사들도 다 그런 분들로 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문 후보는 또 "부산 지역에서 신망 받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분들로 이사진을 전면 재편한다든지 해야만 통할 수 있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날 경남을 찾은 자리에서 "야당이나 저나 이래라저래라 할 아무 권한이 없다"고 선을 긋고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이런 주장은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생각과도 동떨어진 것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14일 "최필립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진의 교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나 문재인 후보의 말대로 이사진이 교체되려면 박 후보의 정치적 결단이나 메시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수장학회 논란이 공영방송 지분매각 및 민영화 논란으로 확산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1년 대선을 전후해 5ㆍ16장학회(정수장학회의 옛 명칭) 매각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와 공공성 및 박 후보의 도의적 연관성이 더욱 짙어진만큼 박 후보가 이 문제를 단순히 정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 "법이 멈추는 곳에서 정치가 시작되는 것인데 박 후보가 '원칙'이라는 사적인 가치를 앞세워 정치의 본질적인 측면을 외면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수장학회 논란이 박 후보의 '10월 행보'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것이 박 후보를 둘러싼 과거사 논란을 다시 끄집어낼 수 있고 과거사 사과 이후 보여온 이른바 통합 행보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다. 16일은 부마민주항쟁 33주년 기념일이고 17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헌법 선포일이다. 오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이다. 박 후보는 부마항쟁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서울 수유리 국립4ㆍ19묘지를 참배한다. 박 후보는 15일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고 피해입으신 분들과 그 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일과 관련해선 박 후보의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해마다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해왔다. 김효진 기자 hjn2529@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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