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증권계도 슈퍼스타를 키우자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

"권사장, 도대체 어디에 투자해야 해?" "...."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필자를 만나면 지인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큰 부자는 아니지만, 나름 전문가로서 존경받는 자리에 있는 그들도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앞에서 삶의 긴장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적당한 시기에 후배 눈치 안보며 젊잖게 은퇴하고 싶었고, "은퇴만 하면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리라" 호기롭게 외치던 친구들을 삶은 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들에게도 금융자산을 지혜롭게 불리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의 숙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순간 순간 나타나는 건망증의 증후를 볼 때, 새삼 주식이나 선물투자를 공부하기는 늦은 듯 싶기도 하다.노후대비용으로 비축해 온 비장의 자산은 기대 수익률이 맥없이 떨어지고, 어렵사리 마련한 한 채 집값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기대수명은 턱없이 늘어나는데, 삶의 비용은 어처구니없이 커져만 간다. 제 아무리 꼿꼿한 선비적 삶을 추구한 이라도 내 재산 내가 신경 써서 잘 관리해야 할 시기이긴 하다.  그들의 질문에는 대충 두 가지가 공통적으로 내재된다. 원금의 '최대한 보장'과 '최소한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사실 완전 원금보장에 최대한 많은 수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상품은 존재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의 많은 상품이 기본적으로 '제로섬게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따면 누군가는 잃는 구조이다.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금융투자회사', 즉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저금리, 고령화, 부동산침체, 가계부채 증가, 실물경제 성장 정체 등 하나 같이 악화되는 삶의 환경에서 증권회사들이 책임지고 해내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증권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 '월스트리트 점령'에서 보듯 투자자의 자산을 불려주는 파트너라는 인식보다는 이기적 집단이라는 비판과 냉소적 시각이 강해지는 듯 하다. 증권업 전체가 잘못한 것은 반드시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일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권업에 대한 룰은 엄격해지고 규제는 강화되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증권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미래 우리 경제의 중요한 성장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균형적 시각도 필요해 보인다.  세계적 증권회사와 비교해 볼 때, 국내 증권회사들은 자산의 규모나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역량, 해외사업의 경험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증권업 자체는 가장 글로벌화되어 있는 산업이지만 아직 우리 증권업은 내수산업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경제가 선진화되고 후발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조업에 비해 뒤진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발전도 필요하다. 필자의 눈에는 우리 증권업이 앞으로 우리경제를 대표하는 서비스업의 총아이자 미래 세계경쟁의 첨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성장유전자를 충분히 갖고 있어 보인다.  사실 우리 제조업의 성장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던가. 반덤핑제소, 특허침해제소, 보조금 지원에 대한 슈퍼 301조 제재. 이제는 기억조차 아스라하지만 불과 십수년전 얘기이며 우리사회는 제조업 발전을 위해 큰 관용과 애정을 나누어 주었다. 이제 엄격한 규제, 그리고 날카로운 비판과 더불어 우리 증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갈 환경조성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박세리, 김연아, 싸이를 능가하는 한국금융의 세계적 스타가 출현하기를 기대해 보자.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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