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숨어든 뒤 이미 정착한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공작원이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9일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탈출 및 반국가단체구성 혐의로 김모(50)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보위부 해외반탐국 공작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중 생활고를 겪는 자들을 다시 귀북시켜 인권문제로 남한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상황을 만들어내라”는 지령을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최근 10여년간 중국 대련, 심양, 장춘, 연길 등을 오가며 탈북자를 지원하는 한인 단체 및 관계자의 동향을 파악하거나, 탈북자를 체포조에 넘겨 북으로 압송시키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국내로 숨어드는 과정에서도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 돌아섰다’며 평소 친분이 있던 한인 목사 등를 통해 입국을 지원받았다. 김씨는 또 2010년 7월 윗선으로부터 “김정남을 넘어뜨리라”는 지령을 받고 중국 현지에서 김정남에게 상해를 입혀 북으로 넘길 계획도 수립했으나 김정남이 중국에 들어오지 않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중국에서 활동한 공적을 인정받아 ‘중좌(국군 계급 중령에 해당)’ 군사칭호와 함께 북한 최고등급인 김일성 훈장 바로 다음 가는 서훈인 국기훈장 1급 등을 수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올해 초 상부로부터 국내 탈북자 지원단체 간부에게 접근하라는 지령을 받고 제3국을 통해 입국했다.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는 중국에서의 행적이 미심쩍은 점 등을 추궁한 끝에 김씨로부터 공작원 신분 및 활동내역을 자백받았다. 김씨와 함께 국내에 들어온 탈북 여성은 그러나 공작원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보위사령부 공작원과 여성 공작원이 반년 간격으로 적발되는 등 최근 탈북자를 위장해 공작원이 침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북한 이탈 주민의 증가에 따라 위장탈북 공작원의 침투시도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북한이 침투 성공율을 높이고 검거시 조직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래 정예 공작원을 양성해 침투시키던 전형을 벗고 다양한 계층을 공작원으로 선발해 위장탈북 수법으로 국내에 들여보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김씨는 북한에서 생활고로 세 차례 중국으로 달아났다 강제이송된 뒤 ‘당과 수령을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취지의 맹세문을 쓰고 보위부 공작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위부는 국방위원회 소속 최고 정보수사기관으로 반혁명분자 색출 및 주요 탈북자 체포·강제북송, 요인 동향 사찰 업무 등을 담당하며 북한 세습 체제 및 노동당의 지배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회통제기구로 알려져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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