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같지가 않아요'…어느 직장인의 한숨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수당이 나오긴 해도 명절에도 출근을 해야 하니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휴일엔 남들처럼 편하게 쉬고 싶네요"추석 하루 전인 29일 토요일. 직장인 이세희(가명·24女)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8시간 근무를 마치고 저녁 6시가 넘어서야 피곤한 기색으로 퇴근길에 올랐다.통신사 콜센터에서 전화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이씨는 추석 당일인 일요일도 당직근무를 서게 됐다. 이씨는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휴일도 없이 24시간 돌아가는 회사에 몸담고 있다 보면 애처로운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이씨는 전문대학 졸업 후 진로를 모색하다 첫 번째 직장으로 이곳 콜센터를 선택했다. 트렌드인 IT업종인데다가 기본급에 성과급까지 지급된다는 말에 꽤나 만족스러워하며 다니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씨의 만족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콜센터 업무의 기본적인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제대로 몰랐던 이씨는 억지를 부리거나 화풀이를 하는 고객들을 하루에도 수차례 상대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이에 대해 이씨는 "업무 스트레스 외에 당직도 자주 서고 주말도 휴일도 없이 일을 하니까 재미라곤 이미 사라졌다. 마치 기계적으로 회사를 다니는 로봇이 되어버린 것 같다"고 토로했다.이씨의 회사가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업무에 목메는 이유는 고객 응답률 때문. 고객이 주말, 공휴일 할 것 없이 아무 때나 전화를 걸어도 서비스 문의나 항의, 가입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인력시스템이 풀가동되고 있는 것이다.이씨는 "고객 응대 스트레스야 업무 성격상 당연한 거라고 쳐도 휴일이 들쑥날쑥한 것이 더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라면서 "동료들 가운데 아기 엄마들의 경우엔 당직과 야근이 잦다보니 결국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명절에도 당직이면 나와야 하는데 어느 주부가 일하기가 쉽겠냐"고 설명했다.이렇게 주말과 휴일 근무까지 해서 이씨가 버는 한 달 월급은 평균 160만원이다. 성과급이 잘 나오는 경우엔 200만원도 훌쩍 넘기고 가입 유치 기록이 좋으면 조금 더 많은 돈이 이씨 수중에 떨어진다. 이 때문에 주변에 쉽게 불평도 못하는 처지다. 힘든 거 얘기하면 그만한 돈 벌면서 투정부린다고 오히려 핀잔 듣기가 일쑤라는 것.이씨는 "회사방침이 이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잦은 야근과 당직이 체력과 정신을 고갈시키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은 돈 많이 벌면 다 되는 줄 안다. 동료들 중에도 '돈 벌려면 이것저것 참아야지 별 수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돈 번다는 이유로 연휴까지 반납한 자신을 오히려 위로하는 가족들을 보며 더욱 한숨만 나왔다는 이씨. 그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결국 가족들한테 기대고 털어놓으면서 풀리는 건데 뭔가 거꾸로 된 것 같다. 한마디로 돈줄(직업)이 가족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하다"고 말을 맺었다. 장인서 기자 en130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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