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유럽과 미국의 강력한 경기부양 조치라는 '듀얼 프로세서'를 장착한 코스피가 빠르게 2000선 고지에 재등정했지만 추가 상승에는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증시 역시 유럽과 미국의 경기부양책이라는 큰 호재가 연이어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단기 급등했으나 탄력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일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이전 고점(2060선)을 뛰어넘는 추세 상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최근 수급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의 '사자'세가 이어져야하고 특히 그간 잠잠했던 미국계 자금의 눈에 띄는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의 매매추이를 눈여겨보는 가운데 과거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업종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2000선을 넘어선 코스피의 상승 탄력에 제동을 걸고 있는 펀드 환매 물량의 경우 주가의 수준과 추세 면에서 좀 더 확인과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이택상주(麗澤相注)'라는 말이 있다. 두 개의 연못이 맞닿아 서로 물을 댄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각각 강력한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자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강한 상승세로 화답하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박스권 상단 부근(1960 내외)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발표 후 상승 및 돌파갭이 나타났다. 패턴상으로 볼 때 상승 N자형의 강력한 상승세를 보여줬다. 이같은 상승갭은 주가의 앞자리 수준이 변하는 라운드넘버(round number)로 이어졌다. 2000선 안착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유동성 장세가 지속된다면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이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외국인들은 유동성 장세를 기대할 만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그 동안 순매도로 대응하던 미국계 자금이 순매수세로 전환한다면 전고점(2060 내외) 돌파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상승갭으로 급등한 데 따른 호흡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스피는 1950~2060에서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업종별로는 음식료, 화학, 의약품, 전기가스, 은행업에 대한 단기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김수영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9월 상반기에 집중된 정책적 이벤트 호조를 확인하면서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코스피의 경우 지난해 8월 저점 이후 이어진 장기저항선을 상회하면서 기술적으로 추세적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될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3월 이후 지속된 실적 전망 하향세로 올해 순이익 예상치는 90조5000억원까지 하락했다. 더욱이 내년 실적 전망은 상대적으로 하향조정이 덜 진행되면서 내년 순이익의 전년대비 성장률 예상은 21% 수준까지 확대됐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기준 연평균 순이익 증가율이 14.7%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실적 전망의 추가 하향도 우려가 될 수 있다.실적 하향 우려 속에서 시장 밸류에이션이 확대되는 가운데, 과거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업종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전망이다. 따라서 2009년 이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하회하고 있는 업종들을 선별해봤다. 특히 이 가운데 코스피가 저점을 기록한 지난 7월25일 이후 올해 실적 하향조정이 5%를 하회한 업종들은 실적하향 우려도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18일 기준 이에 해당하는 업종은 은행·카드, 손해보험, 생명보험 및 건설·기계 업종이다.◆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 7월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 위기 진화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선언을 하면서 시장은 유동성 랠리를 펼쳐왔는데 이 즈음부터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출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가의 하락과 동반되는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은 수급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번 국내 주식형 자금의 유출 역시 증시가 2000선 가까이 상승할 때마다 발현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 때문이다. 반면 이번 유동성 랠리에서 수급의 주체는 단연 외국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외국인들은 7월27일부터 현재까지 9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기금의 경우 국내증시 12개월 예상 PER(MSCI KOREA)10배 이하에서는 자금을 집행하는 경향을 보이며 꾸준히 수급상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대규모의 펀드자금이 유입된 이후에는 이에 대한 부작용을 소화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지난 1999년 펀드 열풍 이후 이를 소화하고 다시 자금이 순유입으로 반전하는데는 4년 6개월이 소요됐다. 이를 감안할 때 기간적인 요소를 충족하는 시기는 내년 1분기 정도다.주가의 수준과 안정적 추세도 펀드환매 일단락의 중요한 요소다. 펀드열풍 기간에 형성된 주가수준에 다시 안착하고 이후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5년의 경험에 비춰보면, 당시 1999년의 코스피 고점이자 15년 동안의 박스권 상단이었던 1000선에 안착하고 추세적인 상승이 진행됐다. 이를 감안한다면 2000 안착과 상승이 진행돼야 펀드환매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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