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류현진(한화)의 빠른 공에 주목한다.(사진=정재훈 기자)
20세기 이후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강국으로 부상했다. 모든 정보와 뉴스를 초스피드로 제공한다. 정서적으로 빠른 것을 선호하는 국민들. 기다리지 못하는 문화라는 평과 연결되기도 하나 이는 상당한 장점을 내포한다. 빠른 인터넷이 대표적이다. 글쓴이가 국제경기를 위해 돌아다닌 나라 가운데 한국보다 인터넷 속도가 빠른 나라는 한 곳도 없었다. 스피드가 주는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말이다. 스피드의 가치는 스포츠에서 절대적이다. 국민들은 ‘피겨 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에 열광한다. 은퇴를 미루고 복귀 준비를 하는 그녀를 손꼽아 기다린다. 글쓴이도 이는 다르지 않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스포츠팬들이 김연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모, 실력, 선행, 개성. 하지만 진실은 다른 이유에 더 가깝다. 바로 스피드다. 김연아를 연구 분석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녀는 피겨 스케이팅의 꽃으로 불리는 스피드 점프 회전력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과시한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한 단계 위의 스피드를 갖춰 더 많은 회전을 선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스피드의 중요성은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축구에서 발 빠른 선수들은 금세 슈퍼스타로 성장한다. 여기서 스피드는 습득한 기술을 최대 효과로 이끌어내는 주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몇 가지 단점을 보완해줄 정도다. 프로야구로 돌아가 보자. 각 구단 스카우트들은 투수 유망주를 살펴볼 때 직구 스피드를 가장 비중 높게 체크한다. 타자의 경우에는 배트 스피드와 빠른 발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일까. 메이저리그는 점점 괴물들의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올 시즌 리그 평균 구속은 92마일, 시속 148km다. 그 수치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김연아의 남다른 점프 회전력은 빠른 스피드에서 비롯된다.(사진=정재훈 기자)
이 같이 모든 종목에서 중요시되는 스피드. 김연아는 올려놓은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남자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물론 훈련만으로 모든 선수들의 스피드가 빨라지는 건 아니다. 타고난 체격과 남다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타고난 운동신경은 필수불가결하다. 우리의 신체구조상에는 한계가 있다. 선천적으로 적근과 백근, 두 가지의 근의 성질이 나뉘어져 있는데, 이 유전적 비율은 훈련으로 절대 바뀌지 않는다. 최근 국제 육상경기에서 100m는 물론 단거리 종목 독식을 차지하는 자메이카 선수들의 초스피드 유전자가 대표적인 예다. 지구상 가장 빠른 사나이로 불리는 우사인 볼트와 세계적인 단거리 선수로 이름을 널리 알린 칼 루이스 등은 모두 자메이카 태생이다.한국인에게 이 같은 유전자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한국 스포츠는 20세기 들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금 13개, 은 8개, 동 7개로 종합 순위 5위를 차지했다. 신체조건 상 불리하다는 말은 어불성설.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우수한 스피드 유전자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프로야구 경기장에 자주 나타난다. 경쟁력 높은 볼 스피드의 선수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서다. 대상은 크게 세 명으로 압축된다. 시속 150km 이상을 던지는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윤석민(KIA) 등이다.
최근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천안북일고 투수 윤형배는 빠른 공으로 계약금 6억 원을 거머쥐었다.(사진=정재훈 기자)
올해 700만 관중을 바라보는 프로야구의 인기 또한 스피드에서 비롯된다 할 수 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빠른 볼 스피드를 자랑한 박찬호가 한화를 통해 데뷔했고 빠른 배트 스피드를 자랑하는 이승엽도 삼성에 복귀했다. 활기가 더 해진 리그에서 기존 선수들도 분발을 늦추지 않고 있다. 스피드가 더욱 중요해진 프로야구. 최근 괴물 신인들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대부분이 기존 프로 선수의 레벨을 능가할 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프로와 고교 사이 스피드의 격차가 그만큼 커진 셈. 이는 구속, 배트 스피드, 주루 등을 모두 포함한다. 각 부문의 차이를 크게 끌어올린 구단은 어디일까. 막판 혈전에서 살아남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구단이 바로 그 주인공일 것이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이종길 기자 leemea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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