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러ㆍ일 전쟁 당시 인천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바랴크함' 깃발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인천시가 2010년 11월 러시아에 '빌려준' 바랴크함 깃발을 최근 2년 더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계속된 부정적 여론에도 인천시는 결국 외교적 '실익'을 택했다.인천시 시립박물관은 "14일 자로 바랴크함 깃발 대여기간을 2년 연장한다는 공문을 러시아 중앙해군박물관에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이어 "당초 러시아 쪽에서 대여기간을 10년 더 연장해달라는 서한이 왔지만 2년 만 더 빌려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바랴크함 깃발은 100여 년 전 한반도를 집어 삼키려던 러ㆍ일 '제국주의'의 핵심적 상징이다. 러ㆍ일 전쟁이 막 시작된 1904년 2월 9일 인천 앞바다에서 일본 해군과 격전을 벌이던 바랴크함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스스로 '수장(水葬)'되는 길을 택했고 깃발은 배와 함께 바다로 가라앉았다. 패전이었고 자폭이었다.당시 러시아는 영국과 패권을 다투던 서구 제국주의 '맹주'였다. 1870년대부터 그 세력은 동북 아시아로까지 뻣어갔다. 신흥 제국을 꿈꾸던 일본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러시아에게 바랴크함은 그 선봉이었다. 러시아는 지금도 108년 전 침몰한 바랴크함 깃발을 '영광스런' 제국 러시아의 유산으로 애지중지하고 있다.반대로 우리에겐 '치욕'의 상징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인천시의 깃발 대여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이유다.인천시는 2002년 인천시립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깃발을 발견한 뒤 줄곧 보관해왔다. 그러다 안상수 전 시장 시절인 2009년 순회 전시를 하고 싶다는 러시아 쪽의 요구에 처음으로 9개월 간 깃발을 대여했다가 돌려받았다. 이후 새로 취임한 송영길 시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10년 11월 러시아에 2년 간 깃발을 다시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당시 러시아 해군은 108년 전 침몰한 함선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새 바랴크함을 몰고 와 깃발을 가져 갔다. 이번에 또 다시 대여가 이뤄지면 세 번째다.인천시는 바랴크함 깃발을 향후 대(對) 러시아 교류협력의 '지랫대'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근 러시아의 대여기간 10년 연장 요청이 왔을 때에도 인천시는 공식적인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인천시 관계자는 "러시아에 깃발을 넘겨주는 게 아니라 2년 동안만 빌려주는 것"이라며 "깃발 대여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인천이 얻을 수 있는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판단"이라고 말했다.노승환 기자 todif7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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