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경찰이 사망을 발표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55)이 오히려 경찰과 유착해 온 정황이 불거지면서 조씨가 여전히 살아있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한겨레신문은 검찰이 조희팔에 대한 목격 정보를 토대로 소재 파악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대구·부산 일대에 10여개 업체를 차려두고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만 전국적으로 5만여명에 달해 피해규모는 4조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희팔과 다단계사기업체 운영진 등 공범들은 경찰 지명수배를 피해 2008년 11월~12월 차례로 중국으로 밀항해 달아났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중국 공안과 공조해 조희팔 일당의 종적을 쫓은 끝에 지난 5월 16일 공범 강모(44)·최모(55)씨를 압송했다. 조희팔 사건을 수사해 온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같은달 31일 두 사람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그러나 공범 2명이 압송된지 5일만에 “조희팔은 지난해 12월 중국 옌타이시 한 호텔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중국 병원의 사망진단서, 장례식 동영상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그러나 경찰 사망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취하는 ‘공소권없음’ 조치 대신 조희팔을 ‘기소중지’하고 주거지 등 소재 파악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아직 조씨 신병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며 “피해자가 많은 만큼 제보도 잦아 다각도로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팔의 행적에 대해서는 “장례식으로 사망을 위장한 뒤 얼굴을 성형해 옌타이를 떠나 돌아다닌다”, “산둥성 옌타이와 청두 유흥주점에서 조희팔을 목격했다” 등 관련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희팔의 소재가 확인되는 대로 중국 공안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넘겨받을 계획이다. 최근 조희팔 수사에 관여한 경찰이 사법처리 되는 등 조희팔과 경찰의 유착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조희팔이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달아나 현지에서 잠적하는 데 경찰이 관여한 정황이 끊이지 않는 탓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직무유기 및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구 성서경찰서 정모(37) 경사를 지난 7일 구속했다, 정 경사는 조희팔 사건을 담당하며 인터폴에 조희팔을 수배한 인물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 경사는 2006년 지인 소개로 조희팔 일당을 알게 돼 친분관계를 이어왔으며, 조희팔 일당이 중국으로 달아난 뒤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골프·술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고 이들을 체포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조희팔의 중국 밀항을 도운 혐의로 일선 경찰관이 직위해제된데 이어 조희팔과 친분관계가 알려진 대구지역 모 총경도 지난해 대기발령 끝에 올해 파면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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