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 포르노 영화관에 앉아 있는 노인,/젊은이들의 키득거림을/간신히 지탱하고 있는 어깨로/영화를 보고 있네/아무도 앉지 않는 앞자리에 앉아/스크린에서 쏟아지는 빛줄기에/머리칼이 하얗게 세어 버렸네 … 지팡이에 의지해 조롱의/늪에서 발을 빼내듯/영화관을 나오는 노인■ 시인은 프란츠 카프카의 '성(城)'이란 소설에서 모티프를 빌렸다지만, 시를 읽는 동안 자꾸 기형도가 생각난다. 기형도 속에 들어있는 카프카의 포즈가 박형준의 행간 속에 슬며시 들어앉아 있는 것 같다. 기형도의 죽음은 저 노인의 포즈와 닮은 구석이 있기에, 성(城)은 성(性)으로 다시 갇히면서 알레고리들이 서로를 감아돈다. 카프카의 '성'은, 처음엔 간단해 보였던 문제가, 관(官)이라는 알 수 없는 원심력(遠心力)의 움직임에 노출되면서 갈수록 꼬이고 절망적인 것으로 되어가는 과정을 끈질기게 보여준 작품이었다. 포르노 영화관에 앉은 노인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은 노인이 성(性)이라는 금지된 성(城)으로 접근하다가 튕겨나오는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낸다. 삶이란 결국 한때 젊었던 인간이 '성(性)'에서 추방당하는 지루한 과정이며, 그 추방에 동의하지 않은 채 시들어가는 자들의 처절한 항변이 묻어있는 궤적들이 아닌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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