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역대 최초로 '소셜림픽(Social+Olympic)'을 표방한 '2012 런던올림픽'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때문에 난처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올렸다 올림픽 출전 자격을 잃고 짐을 싸는 선수가 속출하는가 하면, 부당한 판정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공세에 놀라 아예 페이스북 계정을 닫아버린 선수도 등장했다.
(출처: 바바르차르 페이스북)
◆ "할 말은 직접 한다" … 한국 네티즌 '신상털기'까지 = 지난달 31일 펜싱 에페 여자 개인 4강전에서 신아람 선수가 패배한 직후 이 경기의 주심을 봤던 바바라차르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한국 네티즌의 폭격을 맞았다. 그녀의 SNS에는 경기 결과에 대한 항의성 댓글과 욕설이 남긴 멘션이 이어졌고, 이에 바바라차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독일 디벨트와 슈피겔 등 현지 언론은 "바바라차르가 트위터를 통해 위협받고 있다며"며 "한국인들이 그녀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온라인에 노출했다"고 보도했다.신아람의 상대였던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은 페이스북 주소와 함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다른 선수들과 여럿이 '플레이보이' 잡지 모델로 촬영한 사진까지 확산됐다.그녀의 페이스북의 역시 얼마 가지 않아 비공개로 전환됐고, 네티즌들이 하이데만의 페이스북 계정에 연결된 남자친구의 페이스북으로 몰려가자 이 역시 일반인들의 접근이 차단됐다.◆ 홧김에 인종차별 발언, "4년 노력이 헛수고로" = 스위스 남자 축구 대표팀 미첼 모르가넬라는 네티즌들의 댓글에 화가 난 나머지 해서는 안 될 말을 해서 대표팀에서 퇴출당했다. 모르가넬라는 지난달 29일 한국과 스위스의 경기에서 오버 액션으로 한국팀의 박주영에게 옐로카드가 선언되게 하는 등 여러 차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출처: 모르가넬라 페이스북)
이에 한국 네티즌들은 모르가넬라의 페이스북을 찾아 '헐리우드 보이'라고 놀리며 "부끄러운 줄 알아라(SHAME ON YOU)", "훌륭한 연기였다(you are good actor)" 등의 멘션을 남겼다.이에 모르가넬라는 앞뒤 철자를 바꾼 프랑스어로 "한국인들 박살내겠다", "불에 타 죽어버려라, 다운증후군 염색체 같은 놈들" 등의 멘션을 달았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위스 선수단은 그를 즉각 제명시키고 공식 사과했다.그리스의 여자 육상 세단뛰기 대표인 파라스케비 파파크리스토도 비슷한 경우다. 파파크리스토는 자신의 트위터에 "그리스에는 아프리카인들이 많다. 나일강 서쪽에서 온 모기(아프리카인)들이 고향의 맛을 느끼겠구나"라고 적었다.이 트윗은 그리스 정치권을 비롯해 세계인의 공분을 샀고, 결국 파파크리스토는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페이스북 한마디에 메달이 바뀌기도 = 영국 남자 다이빙 선수 톰 데일리의 경우 그의 트위터에 모욕성 글을 남긴 네티즌이 경찰에 검거됐다.데일리가 지난달 30일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 다이빙에서 4위로 메달을 놓치자 트위터에는 "네가 아버지를 실망시킨 걸 알길 바란다. 바보 같다"라는 비난 글이 올라왔다.데일리는 그동안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많은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이 트윗으로 큰 상처를 받았고, 이같은 사실을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 77만명에게 리트윗해 알렸다.수많은 팔로워들이 이 멘션을 단 네티즌에게 분노와 질책을 쏟아냈다. 이에 문제의 네티즌이 데일리에게 "메달을 따기 바랐는데 못 따서 짜증났을 뿐이다. 미안하다. 내 사과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경찰까지 이 사건을 조사하고 나서면서 결국 문제가 된 멘션은 17살짜리 네티즌이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트위터로 인해 심리적으로 흔들려 금메달을 놓쳤다는 선수도 있다.여자 배영 100m 올림픽 신기록 보유자인 호주의 수영선수 에밀리 시봄 선수는 "예선전이 끝난 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보니 네티즌들이 마치 내가 금메달을 이미 딴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었고 그것이 결국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트위터로 인해 심한 압박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그녀는 "진작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탈퇴하고 나의 경기력 유지에만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후회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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