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메리 미커의 별명은 ‘인터넷의 여왕’이지만 그녀의 직장은 구글같은 ‘매머드급’ 인터넷 기업이 아니다. 월가 애널리스트 출신인 그녀는 현재 실리콘밸리의 가장 대표적인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KPCB)’의 투자담당 파트너를 맡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없었다면 오늘날 글로벌 IT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기업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1959년 미국 인디애나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난 미커는 1982년 메릴린치에서 애널리스트로 첫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투자은행 샐로먼브러더스와 코웬그룹을 거쳐 1991년 모건스탠리로 옮기며 당시 태동기였던 컴퓨터·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을 분석했다. 그녀가 조명한 유망 성장기업들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어도비, 일렉트로닉아츠, 아마존, 이베이, 구글 등이었다.그녀는 1990년 초반 무렵 선마이크로시스템 등의 자료를 보면서 온라인 네트워크의 상호연결이 사람들의 소통 방식은 물론, 산업 전반까지 바꿔 놓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1994년 5월, 미커는 뉴욕타임스(NYT)에서 ‘모자이크커뮤니케이션’이란 이름의 실리콘밸리 벤처사업체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실리콘그래픽사 전 대표이자 스탠퍼드대 교수였던 짐 클라크, 그리고 22세 나이의 일리노이주립대 출신 마크 앤드리센이 공동설립자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웹브라우저 ‘모자이크’가 컴퓨터산업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그녀는 즉시 모건스탠리의 기술업종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업체의 설립자를 만나 투자 가능성을 알아보자”고 말했다. 그녀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모자이크는 ‘넷스케이프’로 이름을 바꾸고 1995년 8월9일 IPO(기업공개)를 단행했다. 주관사는 모건스탠리, 책임자는 미커였다. 넷스케이프는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28달러의 세배 가까운 72.76달러까지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유례없는 성공에 놀란 시장은 미커의 마법같은 ‘족집게’에 찬사를 보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지는 닷컴버블 붐을 타고 그녀가 매수 추천한 컴팩, MS, AOL 등은 여지없이 상종가를 쳤고, 1995년 그녀가 펴낸 ‘모건스탠리 인터넷 리포트’는 투자자들의 ‘성서’가 됐다. 1998년 경제전문지 ‘배런’은 그녀에게 ‘인터넷의 여왕’이란 칭호를 선사했다.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 이후 수많은 애널리스트들과 전문가들이 시장의 외면 속에 사라지거나 법적 처벌을 받았지만 그녀의 명성은 건재했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무책임한 매수추천 보고서가 남발할 때에도 그녀의 보고서는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계속 모건스탠리에 재직하며 전자상거래, 인터넷검색, 모바일시장 등의 분석보고서를 내놓았다. 2004년 구글의 IPO도 그녀의 작품이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그녀에 대해 “향후 시장에 어떤 경향이 올 것인지 가장 먼저 감지해 큰 밑그림을 그리는 능력에서는 1등급”이라고 평가했으며, 2010년 '전세계에서 가장 명민한 IT업계 10대 인물‘ 중 하나로 꼽았다.그녀는 2010년 12월 모건스탠리를 떠나 오래 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던 벤처캐피털 KPCB로 이적했다. 그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1980년부터 2002년까지 단 2%의 기술주 IPO가 업종 전체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했다”면서 “온라인 산업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언론, 정보, 출판, 예능 등 더 많은 산업분야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언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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