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올림픽 선수들은 특정 스폰서의 로고가 달고서는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 고대 올림픽에서도, 현대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나체로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로고 같은 것을 달 수 없었지만, 현대에 와서는 올림픽의 상업화를 막기 위해 선수들의 옷에 로고 같은 것을 다는 것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올림픽과 돈, 그리고 기업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매 4년 주기로 올림픽의 방송 중계 및 후원사를 정하는데, 2010년 뱅쿠버 올림픽과 런던 하계 올림픽을 통해 48억7000만달러(5조5420억원)을 벌어들였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도 자체적으로 스폰서들로부터 7억파운드(1조2530억원)의 후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관람권과 기념품 라이센싱을 통해 벌어들인 것보다도 많은 돈이다.올림픽에는 올림픽 파트너라고 불리는 11개의 후원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오로지 한 곳만이 선정된다. 이를테면 음료수는 코카콜라, TV는 파라소닉 이런 식이다. 1980년대만 해도 올림픽은 수많은 기업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후원받았지만, 이제는 몇 개의 제한된 후원사로부터 큰 금액을 후원받고 있다. 이들 후원사들의 계약은 최소 8년간의 장기계약이며, 후원금액은 비밀로 되어 있다. 개별기업은 확인이 되지 않지만, 2009~12년 사이에 IOC는 이들 11개 기업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9억57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스폰서 기업들은 현금 또는 현물로 지원에 나선다. 예를 들어 프랑스 IT서비스 업체인 아토스는 대회총괄사업자를 담당한다. 아토스의 경우 차질 없는 경기 진행을 위해 최고 4단계의 백업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토스가 이처럼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공식 후원하는 이유는 "동, 하계 올림픽마저도 이렇게 잘 진행할 수 있다면 고객의 프로젝트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후원은 얼핏 보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토스측은 올림픽을 스폰서 덕에 새로운 계약들이 들어와서 막대한 수입이 발생한다고 밝혔다.물론 올림픽 스폰서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일이 잘못됐을 경우 기업은 공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영국의 보안업체 G4S는 이번에 올림픽 보안문제를 책임져 회사의 명성을 전세계에 알리려 했지만, 올림픽에 보안에 필요한 인력 등을 확보하는데 실패하면서 기업이미지는 물론 주가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올림픽에 후원을 하는 것은 과연 기업으로서 남는 장사가 될 것인가?콜럼비아 대학교의 조나단 젠슨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보다 기업 실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연간 15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기업 51곳이 나머지 S&P500 기업들의 순이익률이 6.5~7.8%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스포츠 마케팅에 돈을 많이 쓰는 상위기업 16곳(연간 1억6000만달러 집행)의 경우에는 순이익률이 22.1% 가량 높은 것으로 타나났다.물론 이 연구자들은 스포츠마케팅에 돈을 많이 쓰는 기업들이 더욱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마케팅에 많은 돈을 쓰는 기업들의 경우 이미 브랜드 자체가 더욱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코카콜라나 IBM과 같은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에 대해 고객들이 보다 친근감을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있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에 후원을 하는 것은 친근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올림픽은 세계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지역적인 브랜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의 사례를 들었다. 1997년만 해도 휴대폰 부분에 있어서 IOC후원업체는 모토로라였다. 모토로라는 IOC를 상대로 후원규모를 줄이려고 했는데, 이는 IOC의 분노를 사게 만들었다. 이에 IOC는 모토로라와 추가적인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에 삼성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오늘날 삼성은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로 떠올랐다. 올림픽에서 삼성의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삼성은 TV, 조선, 보험 분야의 판매에도 큰 도움을 받게 됐다. 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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