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법 있다?]덫에 걸린 한국 경제… 발버둥쳐도 상처만…

고유가, 인플레, 가계부채. 장기 불황 예고편인가

정부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3%로 예측했다.

한국경제 성장률이 무서운 덫에 걸렸다. 미국 성장률과 유로존 위기가 겹치면서 일어난 일이다. 한국 수출은 현재 최악의 상황이다. 경기 후퇴는 물론, 향후 저성장 경고음이 줄기차게 울리고 있다. 단순히 경고음으로 넘겨짚기에는 상태가 심각하다. 지난 6월 28일 우리 정부는 한국 경제 성장률을 3.3%로 예측했다. 올해 초 전망했던 3.7%에서 0.4% 포인트 낮췄다. 정부 스스로도 현재 상황이 힘들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해 전망했던 한국경제 성장률은 3.6%였으며, 한국은행이 내놓은 3.5%,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전망한 3.6%, 금융연구원이 예측한 3.4%보다 낮은 수치다.특히 KDI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 하향 조정치를 내놓았다.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한국경제성장률을 4.3%로 내다봤다. 11월에는 3.8%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수치다. 올 하반기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나아질 게 없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나빠질 가능성 있다는 점이다. KDI는 유럽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3% 이하 성장률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외국에서 보는 한국경제성장률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내려 잡았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두번이나 조정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3.5%에서 3.25%로 낮춰 잡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4.3%에서 3.4%로 내렸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내려 잡은 것은 유럽과 미국, 중국 경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IMF는 “유럽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내포돼 있어 여파가 미국과 중국으로 전이되면 한국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정부 ‘상저하고’ 예상 빗나가

BoA는 올 한국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수 있다는 최악의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됐다는 지적이다. 물가가 계속 상승하는 것은 물론, 경제와 금융 분야에 위기감이 감돌았다. 전문가들도 이점을 지적하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은 지난 6월 초 이코노믹리뷰와 인터뷰에서 “국내 경제 전망에서 하반기 국내 경제 3대 리스크로 고유가발(發) 인플레 압력 확대, 가계부채 부담증가, 소비 위축이 예상된다”며 “이런 리스크가 하반기 국내 경기회복을 제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올해 초 유로존 위기가 한국에 미치는 여파가 있었지만 재빨리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 경제성장률 전망을 예측해 재정투입 등 대처를 했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금융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장을 놀라게 했지만, 금융계와 산업계는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한국의 성장 하락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 구조상 경제성장이 해외수요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으로 성장을 부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가 이미 늦어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주요국가들의 재정 악화로 한국의 유럽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큰다는 점도 한국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와 함께 미국의 재정정책 효과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회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유로존 위기가 정상화하는 데 최소 5년에서 8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전망하는 경제성장률도 부정적이다”고 전했다. 미국도 대선 이후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재정정책의 효과가 급감하는 사태를 맞이할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3% 경제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할 것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목표했던 3%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대외적인 경제여건이 어렵고, 내수부진 역시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과욕을 버리고 위기의식과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수 있다”고 최악의 전망을 내놨다. 한국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BoA의 분석이다.이미 중국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으며 한국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BoA의 전망도 내놓았다. BoA는 “중국이 2분기 7.6% 성장에 그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세가 줄어들 것”이라며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유로존에 탈퇴하게 되면 한국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다”고 내다봤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마찬가지다. HSBC와 모건스탠리는 3% 대로 정부예상치와 비슷하게 잡았지만, JP모건과 UBS는 2.9%, 노무라 2.5%로 2% 성장률을 예상했다. 대다수 투자은행은 유로존 문제를 넘어 한국 재정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경상수지는 물론 고용지표도 악화하면서 가계부채 등 정부가 재정을 풀어도 내수회복은 당분간 힘들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저성장이 장기화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넘긴다고 해도 당장 내년에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달리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이 내년까지 매분기 1% 대로 나타나는 등 당분간 경기 회복속도가 완만한 수준을 그릴 것이다”며 “성장세는 장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올라가는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반면 IMF는 한은과 반대되는 전망을 내놓았다. IM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는 2016년부터 내리막길에 접어들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OECD 역시 2031년~2050년에 1.95%까지 추락한다고 전망했다.한국경제 경기 후퇴에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더 심각한 문제는 대외적인 여건의 개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경기후퇴와 함께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잠재성장률도 현재 내리막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하락 속도가 빨라질 때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경제연구소 전문가는 “올 하반기 국내총생산(GDP)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은 전기보다 0.9% 늘었지만 2분기엔 그보다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라는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통화 운영이 유연해져 경기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물가와 함께 경기가 둔화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위협적인 것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팔리지 않고 이는 다시 고용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비 역시 당연히 얼어붙으면서 경제에 타격을 미친다. 이는 결국 현재 위험한 가계대출과 연관된다. 고용이 감소하면서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어진다면 대규모 가계 파산 사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실제 유로존 위기가 시작되면서 교역이 위축되고 민간소비나 투자가 부진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자산시장도 가라앉고 있다.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내수 침체 등 수요 부진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든 이유도 경기 침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다.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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