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가시 후원한 조아제약, 사명 홍보효과 톡톡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최근 개봉한 재난영화 '연가시'의 주인공 김명민은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다. 그는 의사들을 만나 리베이트를 건네거나 잔심부름을 하는 '비굴함'을 보여준다. 그것도 조아제약이라는 회사 실명을 달고.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소송'을 걸어도 모자랄 판에 조아제약은 영화사에 제작비까지 지원했다. 이런 '기묘한' 상황을 두고 제약업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중소제약사 조아제약과 자회사인 약국체인 메디팜은 영화 연가시에 간접홍보 비용으로 1억원 상당의 제작비와 촬영장소ㆍ물품 등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영화에는 조아제약과 메디팜이라는 사명과 구충제 윈다졸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약국 장면에서는 바이오톤 등 조아제약 제품이 진열돼 있고, 등장인물들은 조아제약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출연했다.
문제는 영화 내용이다. 주인공 재혁(김명민 분)은 영업사원으로서 의사들에게 골프접대를 하거나 개인비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약업계에선 금기시되는 '의사 건드리기' 역할도 맡았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를 두고 조아제약 직원이 "그동안 해먹은 게 얼만데"라고 말하는 식이다. 소비자에겐 나쁜 기업이미지, 고객인 의사에겐 '치욕감'을 선사하는 악역을 조아제약은 '돈 줘가며' 맡고 있는 셈이다.애초 시나리오에는 '미래제약'이란 가상의 회사가 등장하지만 조아제약이 나서 실명을 써달라고 제안했다. 조아제약 관계자는 "회사에 나쁜 이미지가 생길 가능성도 고려했지만 관객들이 허구와 현실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후원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조아제약이 약국용 일반의약품 전문회사여서 실제로는 의사사회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는 배경도 작용했다.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모든 제약회사가 리베이트를 준다는 과장된 이미지가 사회에 퍼져있는데 이를 강조하는 영화를 굳이 나서서 후원할 이유까지는 없지 않느냐"며 "자사 이름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전체 업계 입장도 생각해봤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조아제약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은 일반의약품 전문이지만 향후 의사를 상대로 영업해야 할 시점이 오면 '자살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반면 당사자인 조아제약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제약사로서 기업 인지도를 올릴 기회가 생긴다면 앞으로도 적극 선택할 것"이라며 "연가시 지원 후 구충제 윈다졸 제품 문의가 쇄도하는 등 나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제약은 매출액 400억원으로 업계 50위권의 중소제약사다. 평소엔 외부 활동이 뜸하지만 '조아제약프로야구대상'을 주최할 정도로 공격적 성향이 강한 회사로 유명하다.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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