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9살 손자들이 지분 40억원 어치 7만8000株 샀다···그 후, 4거래일간 할아버지가 그만큼 팔았다
-허완구 회장, '승산레저' 대신 GS 지분증여 선택한 듯-100억원대 세금 회피한 '편법 대물림' 의혹..시세차익 1억7000여만원-허 회장 일가, 형제 직계 간 암묵적 지분 가이드라인 관측도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고(故) 허만정 LG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아들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77)의 절묘한 '세(稅)테크'가 도마에 올랐다. GS가(家) 4세로 허 회장의 손주인 석홍(12)·정홍(9) 군에게 GS 지분 일부를 넘기는 과정에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은 묘수를 발휘한 것이다. 석홍·정홍 군은 현재 GS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허용수 전무(사업지원팀장)의 아들들이다. 이는 허 회장이 올 초 승산레저(비상장) 지분 전량을 두 손주들에게 증여하기로 했다가 4월 말 전격 취소한 뒤 3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승산레저 지분 증여의 경우 100억원대의 세금을 부담했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때문에 허 회장이 비상장 주식에 부과되는 상속·증여세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증여 대상으로 GS 지분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100억원을 절세한 것은 물론 1억7000여만원의 시세차익도 거뒀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4일과 6일 양일에 걸쳐 GS 지분 총 7만8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에 앞서 허 회장의 손주인 석홍·정홍 군은 지난달 29일과 지난 2일 각각 3차례에 걸쳐 총 7만8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4거래일간 7만8000주의 GS 주식이 대물림된 셈이다. 당시 종가를 감안할 때 허 회장 직계가 4거래일간 누렸던 시세차익은 1억7000만원 수준이다. 석홍·정홍 군이 장내 매수했던 지난달 29일 종가(5만2000원)와 2일 종가(5만2600원)를 고려한 매입 총액은 40억6524만원인 반면 허 회장이 장내 매도했던 지난 4일 종가(4만6800주), 6일 종가(3만1200주)를 고려한 매입 총액은 42억3696만원으로 집계됐다. 한 일가가 싼 가격에 사서 오른 가격에 내다판 것이다. 이 같은 허 회장과 두 손주들의 주식매매 후 허 회장의 GS 보유 지분은 134만7905주, 두 손주들의 보유 지분은 111만1341주로 변경됐다. 시세 차익과 관련, GS그룹은 “개인들이 (GS)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 매수한 일로 그룹 차원에서 언급할 내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정 기간 일어난 GS가의 지분 이동에 대해 업계는 상속·증여세를 모두 회피한 '편법 대물림'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양측간 직접 거래의 흔적은 없지만 단기간 동일한 주식수가 거래된 것인만큼 특별한 목적이 작용했다는 의미다. 한 세무사는 “만약 해당 주식을 장내 매도·매수 방식이 아닌 증여 방식을 선택했다면 증여세는 물론 상속세 부담도 있다”며 “해당 주식 거래가 증여를 목적으로 이뤄졌다면 사실상 절묘한 세테크”라고 언급했다. 실제 허 회장이 올 초 예고했던 대로 승산레저 지분 전량을 두 손주에게 증여했다면 1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만약 증여를 목적으로 승산레저 지분 대신 GS 지분을 선택한 것이라면 그만큼의 절세 효과를 누린 셈이다. 이는 허 회장이 지난 2007년 정홍 군과 딸 인영씨로부터 매입했던 승산레저 지분의 당시 시가(195억원)와 증여세율(30억 초과분의 50%) 등을 고려한 수치다. GS 지분 매매에 앞서 허 회장은 올 1월 말 본인 소유의 승산레저 주식 95만주(47.5%)를 석홍·정홍 군에게 각각 40만주(20%), 55만주(27.5%)씩 증여한다고 밝혔다가 3개월 후 이를 전격 취소했다. 당시 회사 측은 증여 결정 취소에 대해 “증여 결정 후 (허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주변 인식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직계존속 중 바로 아래 세대가 아닌 한 세대를 건너뛰어 비상장회사 주식을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물지만 (할아버지에서 아들, 아들에서 손주에 이어지는)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이 같은 모순을 막기 위해 현행 세법에서는 한 세대를 건너뛰어 증여할 경우 해당 증여세액에 20% 수준의 상속 할증을 붙인다”고 말했다. 허 회장이 승산레저 지분을 두 손주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허 회장 일가의 지분매매 패턴이 GS 방계 혈족 간의 지분 상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허 회장 형제간 직계가 보유할 수 있는 지분 상한이 암묵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상한을 초과한 지분 매입인 만큼 허 회장 스스로 지분을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벌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방계간 경영다툼은 GS그룹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라며 “증여의 목적이 없었고 이 같은 지분 상한 원칙이 적용됐다면 손주들이 매입한 GS 주식수만큼 (불가피하게) 매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허 회장이 이끌고 있는 승산그룹은 부동산 임대와 콘도개발업을 영위하고 있는 승산을 비롯, 강릉 샌드파인컨트리클럽(CC)을 운영하는 승산레저, 물류업체 STS로지스틱스 등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매출액의 45~100%가 GS그룹 등 관계회사로부터 발생하며 주요주주는 허 회장(47.5%), 허인영(15%), 허용수(2%), 허석홍(25.5%), 허정홍(10%)이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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