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국내 1위 자동차 공조업체 한라공조의 최대주주인 미국 비스티온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이 회사 주식 8.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행복한 딜레마에 빠졌다.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할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분분한 가운데 국민연금은 셈법 계산에 분주하다. 공개매수에 응해 차익실현에 나서자니 상황이 바뀔 경우 헐값에 지분을 넘겼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을 수 있고, 불응하자니 차익실현 기회를 포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두 시나리오 모두 국민연금에 손해가 나는 일은 아니다. 현재 증권가에서 보는 유력한 시나리오는 국민연금이 5%의 지분만 남겨 차익실현 및 배당수익원을 확보하고 나머지 지분은 매각하는 방안이다. 우리투자증권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를 들고 있는 셈"이라며 "공개매수가 성사되지 않았을 때 차후 공개매수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최근 국민연금 지분축소 움직임으로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일 지분 공시를 통해 한라공조 지분을 기존 975만2112주(9.13%)에서 864만5193주(8.1%)로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말 한라공조 결산실적 컨퍼런스에서 비스티온이 한라공조의 100%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만큼 공개매수를 염두한 행보였을 것이란 시각이다. 5%의 지분만 남기더라고 배당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 손해볼 게 없다는 분석이다. 한라공조의 올해 시가배당률은 3%로 제조업체 가운데 높은 편이다. 지난 2008년 320억원이었던 배당금 규모는 지난해 710억원까지 확대됐다.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한라공조 공개매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비스티온은 한국을 비스티온의 글로벌 공조 부문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헤지펀드(Solus Alternative Asset Management)가 최대주주로 있는 비스티온이 결국 몸값을 높여 재매각에 나설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NH농협증권 이상현 애널리스트는 "과거 비스티온 지분의 최대 주주는 조지소로스펀드고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 등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으나 비스티온이 지난해 1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재상장을 하면서 일부 주주구성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적인 성격을 감안해야 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뒤 재매각 될 경우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신중히 검토중"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했다. 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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