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빚내기 유혹' 커져..이자 부담 줄어들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조목인 기자]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계부채에 금리인하는 어떻게 작용할까. 전문가들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 자체로 중립적이지만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독이 될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가계부채의 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 일단 채무자들의 금리부담을 경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리부담을 안고 있는 서민층의 숨통을 터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저소득층의 이자비용 부담을 덜어줘 채무상환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규대출 중에는 고정금리가 많지만 기존의 누적 가계대출을 보면 95%가 변동금리"라며 "이런 이유로 금리가 낮아지면 가계의 부채부담은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시장의 반응도 일단 긍정적이다. 금리 인하로 대출이 증가하는 것 보다 이자율이 줄면서 가계 부담 해소에 일조할 것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금리 하락에 따라 대출이 증가해야 하는데 경기가 불황국면에 접어들면서 신규로 돈을 빌리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보다는 개인의 이자 부담이 줄어 연체율 하락에 일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할 때 부채가 절대적으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부장은 "부동산담보대출이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부동산담보대출의 95%가 변동금리로 적용된 만큼, 이번 인하 조치로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올해 주택담보 대출 만기되는 규모가 약 100조원 정도로 예상된다"면서 "대출기한을 연장한다면 내년 연체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가계부채 증가 보다는 경기 둔화에 선제적인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경기부양과 함께 가계부채를 경기에 충격없이 줄이는 게 경제당국의 목적"이라는 말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그러나 가계부채의 양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 금리인하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수요가 생기고 이는 가뜩이나 많은 가계부채를 늘리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김중수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면 가계부채가 0.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910조원에 달하는 만큼 김 총재의 말대로라면 어림잡아도 4조5000억원 내외의 빚이 더 늘어나게 된다.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만으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금융회사의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 문제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됐다고 해서 은행들이 앞다퉈 바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예ㆍ적금의 금리는 크게 내리고 대출금리는 눈치를 보면서 내리는 시늉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서민들의 부담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만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면서 "양면성을 갖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최일권 기자 igchoi@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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