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電通)가 영국 미디어기업 이지스그룹을 50억달러에 인수한다. 지금까지 일본 해외 기업인수 중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이를 계기로 엔화 강세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해외 유력자산 인수행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덴쓰는 이지스의 주식 1주당 240펜스(3.72달러)로 총 31억6400만파운드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지스의 11일 종가 162.2펜스에 48%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덴쓰는 아시아 최대, 전세계로는 미국 인터퍼블릭그룹에 이어 세계 5위 광고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전세계 광고업계 ‘톱3’인 영국 WPP, 미국 옴니콤그룹, 프랑스 푸블리시스그룹의 구도를 깨지는 못했다.덴쓰는 온라인 시장 강자인 이지스를 합병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셜네트워크 등 온라인 광고시장 공략에 더 힘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또 일본 특유의 기업문화 때문에 합병 효과가 저해되지 않도록 이지스그룹의 경영진에 대한 변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이번 인수합의는 아시아 광고기업이 서구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으로 평가받는다. 덴쓰는 일본 국내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미 전세계 80개국에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지스의 인수를 통해 현재 14%에 불과한 덴쓰의 해외매출 비중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지스의 해외매출 비중은 42%로, 규모로 치면 덴쓰에 비해 20% 더 크다. 지난해부터 엔화가치가 역대최고 수준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이어오면서 일본 기업들의 해외기업 ‘쇼핑’도 사상 최대 수준에 올랐다. 지난해부터 기린·아사히 등 주류업체를 비롯해 다케다제약, 도시바 등 많은 업체가 막대한 현금보유고를 풀어 해외기업 인수에 나섰다. 불황으로 일본 기업들의 광고지출비용이 2007년 70조2000억엔에서 2011년 57조1000억엔으로 4년 연속 줄자 국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덴쓰도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노렸다. 덴쓰는 프랑스 푸블리시스와 10년 동안 손잡았지만 시너지효과는 미미했다. 이것이 이지스를 아예 인수하기로 나선 배경이 됐다.업계는 이번 인수를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고 있지만 인수가격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에다 에이지 SMBC닛코증권 애널리스트는 “덴쓰가 유럽이나 신흥국 시장 진출을 모색해 왔기에 놀랄 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꽤 높은 인수가격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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