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비가 내린다/인간세상처럼 어두운, 우리의 상실처럼 검은,/십자가 위에 박히는 1940개의 못처럼 맹목적인//아직도 비가 내린다/무연(無緣)묘지에서 망치질로 바뀌는 심장의 맥박 소리로/무덤 위를 짓밟는 무뢰한 발자국 소리로//아직도 비가 내린다/피의 들판에,/카인의 이마를 지닌 벌레인 탐욕을 /작은 희망들이 키우고 인간의 두뇌가 기르는 그곳에(……)■ Still falls the rain(아직도 비가 내린다). 거듭 반복되는 이 말 속에는 정말 빗소리가 들리고 젖은 인간의 냄새가 풍겨나온다. 소리 내서 읽을 수록 어떤 전율이 느껴지는 시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영국에 폭격을 시작했을 때, 이 여성시인은 때마침 퍼붓는 폭우와 스며드는 인간세상의 비참을 유장한 리듬 속에 아로새겼다. 비에서 인간의 피와 그리스도의 피를 연상하고 다시 사랑의 비로 돌아오는 절대긍정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아직도(Still)'라는 말이 초반부에서는 사라지지 않는 절망을 가리키다가 마침내 건재한 희망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어 있음을 발견한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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