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민 4명 중 3명 '나는 중하층'

서울시가 어제 발표한 '2011 서울 서베이' 결과는 우리 사회의 건강하지 못한 맨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조사 대상 시민의 51.7%는 자신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위치가 중하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22.7%는 하층이라고 했다. 서울시민 4명 중 3명은 스스로 중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중간층이 심리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늘어나는 빚이 삶을 옥죄는 현실도 드러났다. 빚이 있다고 답한 시민은 52.6%로 1년 전보다 7.6%포인트가 증가했다. 주택 임차 및 구입(67.3%)과 교육비(10.8%)가 빚을 늘린 주된 요인이다. 전ㆍ월세 대란과 사교육비에 허덕이는 서민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투영됐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서인가. 기부를 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40.7%로 전년보다 5.1%포인트 줄었다. 자원봉사 참여율도 1.6%포인트 감소한 23.0%에 그쳤다.  노력한 만큼 성취하고 보답 받으리라는 믿음도 약하다. '노력하면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3.0%에 그쳤다. 22.7%는 '낮다', 44.3%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정권 실세 측근들의 비리, 재벌 집안의 재산 싸움, 저축은행 대주주의 전횡 등 사회지도층의 일탈과 부도덕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결과인 듯 싶어 마음이 무겁다.  서울 서베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는 말의 공허함을 새삼 확인케 한다. 수도 서울의 시민이 이렇게 느끼고 있으니 지방 주민의 삶과 생각이 어떠할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개인의 삶에 멍울이 들면 사회도 병들게 마련이다. 사회 구성원이 희망과 기대를 접게 되면 경제ㆍ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양극화의 심화와 불평등 구조의 고착화는 나라의 불행이다. 부의 대물림이 교육 수준의 격차로 이어지고 그런 것들이 뭉쳐 경제ㆍ사회적 위상이 달라지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져 가고 있다. 희망을 잃어가는 사회, 꿈꾸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다. 더 굳어지기 전에 불평등 구조를 허물고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경제ㆍ사회 전반의 활력과 건강을 찾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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