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식사 문화는 알약 식사, 패스트 식사, 정식 식사 등 3가지 분야로 나뉘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상 잘 차려진 한정식을 정식 식사라고 한다면, 2~3분 내에 준비되고 10~15분 내외의 시간 동안 간편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는 도시락, 삼각 김밥 등의 메뉴는 패스트 식사로 분류된다. 마지막으로 알약 하나 먹는 것처럼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선식’ 등은 알약 식사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직장인의 점심 메뉴로는 정식 식사보다는 패스트 식사가 선호되고 있다. 직장인이 점심을 ‘빨리’ 해결하려는 이유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간을 쪼개서 자기 계발에 투자하려는 직장인에게 1시간씩 소요되는 점심 식사 시간이 반가울리 없다. 게다가 혼자 점심을 해결하는 ‘나홀로 식사족’이 증가한 것 역시 점심 메뉴로 패스트 식사를 선호하는 이유다. 지난 3월 상암동 IT단지에 들어선 25평 규모의 일본식 델리 도시락 전문점 ‘오벤또’의 하루 방문객은 400~500명 수준이다. 4000원에서 6000원대 메뉴를 판매해 180~200만 원가량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장 근처에는 패스트 식사를 판매하는 도시락 전문점이 여럿 운영되고 있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만큼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곳의 메뉴 대부분은 패스트 식사에 특화돼 있다.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기본으로 돈부리, 오니기리 등을 내놓는데 2~3분이면 준비가 완료되고 10~15분이면 식사가 마무리된다. 특히 포장 판매율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인 점도 이상적이다. 정식 식사를 판매하는 매장인 경우 점심 시간에만 몰리는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이 이뤄지므로 테이블을 2번 회전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패스트 식사를 판매하는 매장의 장점은 좌석이 없으면 포장으로 전환하는 고객이 있으므로 협소한 장소를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다. 10~15분이면 식사가 마무리되고 테이크아웃 판매가 높기 때문에 운영주 입장에서는 판매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우선 인력 구조가 간소해진다. 패스트 식사를 판매하는 매장의 인력이 절감되는 이유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식당에 방문하면 물을 가져다주고 반찬을 리필하는 등의 역할을 종업원이 담당하지만 오벤또 매장의 경우 이런 서비스가 생략돼 있다. 따라서 하루 200만 원가량 매출을 올리는 정식 식사 매장이라면 약 25만원의 매출당 1명가량의 인력이 필요해 총 8명이 이상적인 숫자지만 도시락 전문점의 경우 주방 인원 4명과 홀인원 2명 정도로도 충분히 운영이 가능해진다.패스트 식사가 점심 문화를 바꿔가는 모습은 대학가와 학원가 역시 다르지 않다. 컵밥 열풍이 뜨거웠던 노량진 학원가에 위치한 24평 규모 오벤또 매장의 하루 매출 역시 120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패스트 식사는 테이크아웃 도시락 전문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가맹점 숫자가 250개를 상회하는 일본식 삼각김밥 전문점 ‘오니기리와이규동’의 경우 역시 4000~6000원대 저렴하면서 간편한 일본식 삼각김밥, 우동, 규동 등으로 가능한 빨리 점심 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에게 어필해 성공했다. 최근 죽 전문점 ‘본죽’에서도 프리미엄 한식도시락 브랜드인 ‘본도시락’을 론칭해 가맹 사업을 벌이고 있다. 향후 패스트 식사 문화는 사회 전반에 확산될 조짐이다. 싱글족 및 싱글 세대수 증가, 남보다는 나를 중시하는 문화의 확산으로 탄생한 ‘나홀로 식사족’ 증가가 해당 트렌드의 확산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세종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랜차이즈 창업·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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