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민·언론 소통 필요하다고 여겨
탄핵안 가결 속전속결 불편한 속내 전해
윤석열 대통령이 '40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를 통해 '장외 여론전'에 나서면서 향후 있을 수사와 재판에 대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윤 대통령 직무 정지로 대통령 비서실이 권한대행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역할이 변화,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을 전달할 수 없는 만큼 윤 대통령과 적극 소통하고 있는 석 변호사가 당분간 윤 대통령의 '입'을 대신할 전망이다.
석 변호사는 19일 잇따라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국민·언론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그런 차원에서 본인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당당한 입장"이라며 "국민과 전 세계에 타전될 회견을 통해 '나 내란 합니다'라고 하고서 하는 내란이 어디 있고 두세시간 만에 국회가 그만두라고 한다고 그만두는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석 변호사는 "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한다지만 대통령은 체육관 선거로 (당선)된 사람이 아닌데 임기를 중단하고 이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탄핵을) 하는 졸속이 아쉽고 개탄스럽다"고 언급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 11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데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대신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표결을 앞둔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여러 군 관계자의 진술도 부인했다. 그는 "대통령은 법률가인데 체포란 얘기를 왜 하겠나. 하면 어디에 데려다 놓겠나. 그런 상식을 국민과 언론이 봐줬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12·12 담화문' 재배포…'시간끌기' 지적엔 반박
이날 석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심경이 드러나 있는 글이라며 지난 12일 윤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기자들에게 재배포하기도 했다. 국민에 대한 사과보다는 비상계엄의 당위성을 강조했던 담화문은 발표 후 오히려 거센 국민적 반발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담화문을 본 법조계 일부에서는 변론요지서를 낭독하는 듯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 담화문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면서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된 것"이라며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석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서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관련 우편물을 윤 대통령이 수령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서는 "그 부분을 잘 모른다"면서도 "다만 어떤 단계가 됐을 때 해야 할 일은 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또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헌정 체제에서 대통령의 헌법적 판단을 도마 위에 올리려면 헌법재판소 재판이지 경찰 국가수사본부나 공수처 이런 기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 구성과 시기, 향후 계획 등 구체적인 기자 질의가 이어졌지만 "현안에 대한 시시비비나 (공식적) 입장은 머지않은 시점에 대통령 변호인 등이 밝힐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특히 석 변호사는 "아직 아무도 어떤 기관에 위임장을 낸 변호사가 없다"면서 "(변호인단 구성에) 시일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언론을 통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선임계를 내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선임계를 내지 않는 것이 수사 지연 전략이라는 지적엔 "시간끌기는 야당에서 주로 해왔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변론할 가능성에 대해선 "필요한 단계가 되면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장할 의향이 있다"고 전하면서 '셀프 변론'의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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