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은 한 번 불 피우고 나면 적어도 뜨거움을 생산해내는 용도로는 끝장이다. 잿빛 연탄재를 뭉개서 빙판의 미끄러움을 완화하는데나 혹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진 몰라도, 화염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딱 한 번 뿐인 그 일을 마치고 이제 쉬는 그 연탄을 차다니, 그 무심한 자에게 시인이 이런 불심검문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시 속의 '너'는 누구인가. 연탄을 발로 차는 놈 뿐만이 아니라, 그 '놈'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한번도 뜨겁지 않았던 모든 존재'이다. 왜 우린 한번도 뜨겁지 못했던가. 미온적 삶, 한발만 담그고 산 삶. 비굴하고 비겁하게 비켜가며 살았던 삶. 뜨거운 사랑을 해봤느냐? 올바른 가치를 향해 뜨거웠던가? 혹은 진실을 위해 뜨거웠던가? 혹은 진정한 창의와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위해 이마의 끝, 가슴의 심연까지 활활 타올랐던가? 저 통렬한, 직격탄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시이겠는가. 너, 한번이라도 남을 위해 뜨거웠던 적 있어? 곰곰히 생각하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이 에고의 불두덩만 만지며 살아온 부끄러움이, 저 뭉개진 연탄 앞에서 뭉싯뭉싯 피어오르는 것을.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편집국 이상국 기자 isomis@ⓒ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