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공기업 이전의 답, 한국거래소에 있다

멀게만 느껴졌던 공기업 지방 이전 계획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주요 공기업이 지난해 연말 10개 혁신도시에서 신사옥 착공식을 가지며 147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전 공공기관 착공을 마친 기관은 35개에 이르고 이 중 준공을 완료한 기관은 경주로 이전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을 비롯해 10개에 육박한다. 이전을 앞둔 공기업의 구성원도 이제는 '새로운 터전'으로의 이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일부 공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이전 거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뜻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기업 지방 이전의 성공 여부는 이제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먼저 새 터전으로 이사하는 공기업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방 이전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약점은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원가 절감 효과 등 경영효율화를 제대로 이루어내면서 동시에 지역의 일원으로 사회적 책임도 수행하는 '지역밀착형 경영'을 해야 한다. 지역의 인재를 채용함으로써 안정성을 도모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기업을 유치한 도시에서도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공기업의 경쟁력이 오히려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개인의 적극적 대응도 필요하다. 국책연구원에 있는 한 지인은 지방 이전을 계기로 본인의 삶을 새롭게 설계하고 싶다고 밝혔다. 연구, 건강, 가족을 생활의 중심에 놓고 삶을 좀 단순화하고 싶다고 했다. 지방으로 가게 되면 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했던 저술 작업도 시작할 계획이란다. 공기업과 그 구성원, 도시 간의 적극적 대응과 지원이 조화를 이루어 윈-윈(win-win)의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새로이 옮겨가는 공기업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바로 부산에 위치한 한국거래소의 경우다. 2005년 1월 부산에서 문을 연 한국거래소는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시는 한국거래소를 발판으로 서울에 이은 '제2의 금융허브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은 여전히 '서울로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며, 파생상품주문접속장치(라우터)와 같은 중요한 시스템을 서울에 두는 등 '부산 기업'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라우터는 증권ㆍ선물사의 주문, 시세 정보를 거래서의 메인 서버에 연결해 주는 네트워크 장비다.  라우터 서울 설치에 대한 부산 지역 정치인과 경제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부산 이전 요구가 잇따르자 이번에는 부산에도 라우터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증권ㆍ선물업계에서는 부산의 라우터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반응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국거래소와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 때문에 시스템 설치 비용은 늘어나고 업계의 불편함은 더 커진 셈이다. 그래서 거래소의 부산 설립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공기업 이전이 정책적으로 결정되었고, 돌이킬 수 없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어정쩡한 태도는 금물이다. 몸은 지방으로 가지만 마음만은 서울에 남겠다는 태도는 모두에게 손해다. 기업도, 기업의 구성원도, 그 기업을 유치한 도시와 시민 모두에게 손해다. 몸도 마음도 새로운 터전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터전이 '진정한 터전'이 될 수 있다. 혁신도시도 교육시설, 주거시설, 각종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기울여야 한다. 부산거래소 사례를 참고 삼아 '절반의 성공'이 아니라 '온전한 성공'을 이루어 내길 기대해 본다.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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