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계점 넘어선 가계부채의 덫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가 이미 가계소비를 위축시키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계량분석 보고서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 부채'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 지출액을 가리키는 이자상환비율이 2.51%를 넘으면 가계부채의 소비진작 효과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가계의 실제 이자상환비율은 이미 2009년 3ㆍ4분기부터 이 임계치를 넘었고 현재는 2.72%라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빚을 갚느라 허덕이는 사람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이나 빚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언론매체에 자주 보도되는 것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인 1997년부터 2년간 가계부채 수준이 이자상환비율 임계치를 넘은 적이 있는데, 그 뒤 10년여 만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IMF 사태는 대외 부채의 문제가 터져 구제금융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외 부채가 아닌 가계빚이라는 대내 부채가 문제시된 경우여서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가계부채 수준이 이자상환비율 임계치를 넘었다는 것은 가계도 나라경제도 중대한 부채의 덫에 걸렸다는 의미다. 임계치가 돌파된 뒤에는 가계부채가 1% 증가할 때 소비가 0.16% 줄어들고, 금리 상승이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갈수록 커진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가계부채 증가가 가계소비 감소, 내수 위축, 경제성장 둔화, 가계소득 감소를 거쳐 다시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작동하게 된 것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주저해 온 것도 가계부채 부담이 초래한 악순환의 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소비와 성장 사이의 가속적 악순환을 불러올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과중한 가계부채로 인해 저소득층을 비롯해 한계선 가까이로 몰린 개인과 가정에서부터 삶이 파괴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부담이 경제성장을 억누르고 있고 금리정책의 손발도 묶어 버렸다. 이와 같은 부채의 덫은 단순한 부채증가 억제만으로 깨뜨릴 수 없다. 폭력적 채권 추심 등 고리사채 관련 범죄에 대한 단속도 곁가지 대책일 뿐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소득의 증가와 고른 분배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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