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희 국토해양부 제1차관
지역균형발전은 지난 수십 년간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다. 박정희 정부의 수도권 인구분산정책부터 노무현 정부의 행복ㆍ혁신ㆍ기업도시, 이번 정부의 '5+2 광역경제권'까지 명칭은 달랐으나 인구와 산업을 낙후지역으로 이전시켜 각 지역이 고루 잘살게 하겠다는 의도는 거의 동일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추진했던 대표 정책수단들도 수도권 분산과 낙후지역 지원 등 큰 맥락은 비슷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 정책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지금도 비수도권과 낙후지역 주민 불만이 계속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책의 목적과 당위성은 뚜렷하고 충분한데 왜 성과가 미흡했을까. 오래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발상을 전환하는 데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역균형발전을 수도권 대 비수도권, 또는 대도시 대 농촌지역의 제로섬 게임으로만 접근해왔다. 이제 4대강 사업이 가져오게 될 지역균형발전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토에서 대부분 발전된 도시나 지역은 해변에서 4대강 중류까지 분포한 반면 4대강 중류에서 상류까지는 낙후된 지역으로 방치돼 왔다. 이 때문에 국토 한가운데인 강원, 충청, 호남, 영남의 내륙은 물론 경기 동남부 지역은 살겠다고 가는 사람 없고 갈 이유도 없는 불모지 상태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획일적 이분법은 현실과 달랐던 셈이다. 그런데도 지역균형발전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구조 틀 속에서만 논의해온 결과 이들 지역의 공통점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려는 실용적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낙후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중류는 물론 상류까지 물이 넉넉히 채워지자 주변 경관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강을 따라 내륙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보와 소수력 발전소 등 새로운 시설과 함께 자전거길, 오토캠핑장 등 편의시설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작년 10월 개방행사 이후 이달 초까지 16개 보 방문객이 200만명을 넘어섰고 봄철이 되면서 내방객 수는 크게 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윈드서핑, 카누, 카약 등 수상레저를 즐기려는 동호인 수도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까지 내방객 1000만명을 예상한다. 4대강은 인적이 드물던 지역에 사람들이 찾아가도록 할 뿐만 아니라 휴식공간이 부족했던 도시민에게도 엄청난 규모의 도시공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4대강이 도심을 통과하는 세종시, 부산시, 대구시 등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가까운 보 주변 공원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새로 조성된 강 중심의 도시공원을 만끽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강을 즐기게 되면서 잘 가지 않았던 강 중상류로 놀러가고 기회가 되면 그곳에 가서 살 이유가 생겼다. 이를 입증하듯 강 주변지역에 위치한 집을 사거나 새로 건설해보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서울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값이 비싸듯이 수려한 경관을 가진 수변공간은 주택이나 별장용지로서 인기가 매우 높다. 이용가치가 커진 수변공간이 난개발되지 않도록 친수구역특별법도 제정돼 있어 강을 끼고 아름다운 주거공간이 하나둘 태어날 것이다. 주요 강의 상류마다 사람과 돈이 모이고 주택과 상가가 건설되면 그동안 버려졌던 국토 한가운데가 활기를 띨 것이다. 이렇게 되면 멀게만 느껴졌던 지역균형발전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립을 줄여가면서 자연스레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대강 사업이 홍수예방, 가뭄대비, 수질개선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앞으로는 지역균형발전 효과처럼 낙후지역 주민에게 희망을 주며 4대강 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다방면으로 극대화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한만희 국토해양부 제1차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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