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의 급성장이 '대기업 스스로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중이 3.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75.6%는 '정부의 대기업 우선 정책', 9.6%는 '국민의 희생과 성원' 덕분에 대기업이 급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0대 이상 60대 이하 국민 1000명(일반인 700명, 중소기업 사장 200명, 중소기업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어찌 보면 충격적이다. 당연하다는 것은 대기업의 성장에 정부의 특혜적 정책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그렇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은 해방 후 일제가 남긴 귀속재산 불하, 한국전쟁 후 외국 원조물자 배정, 개발연대의 국영기업 민영화 등으로 초기 자본 축적을 이룬 다음 금융ㆍ세제ㆍ무역 정책 등 여러 측면에서 정부의 집중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율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 지금도 여전히 국민 가운데 무려 96.2%가 '대기업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놀랍다. 대기업 소유주나 임직원은 억울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해외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기술 개발에 몰두해 온 그동안의 피땀 어린 노력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국민이 야속할 것이 분명하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 점을 감안해 대기업을 평가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총선 과정에서 여야 정당 모두가 재벌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자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대기업 때리기'의 무익함을 적극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재계로 통칭되는 대기업 소유주나 경영자는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가 과거보다 높아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는 정치자금 수수 등 부패한 정경유착이 끼어들지 않는다면 정부가 국가 자원을 대기업에 집중시켜 수출을 늘리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을 국민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용인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국가 자원이 중소기업 지원과 국민복지 확충에 더 많이 배분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스스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책임에도 충실한 대기업의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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