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사금융 단속만으로 뿌리 뽑힐까

정부가 어제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살인적 고금리 사채의 덫에 걸린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총리실 주도로 검찰과 경찰, 행정안전부,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총동원됐다. 수사와 단속, 피해 상담에 투입되는 인원이 1만1500여명이다. 매머드급 대책으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불법 사금융의 폐해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책은 때늦었다. 금감원에 접수된 피해자 상담 건수는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연 3000건 정도였다. 그러다 2009년 6114건, 2010년 1만3528건, 지난해 2만5535건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300만원을 빌린 여대생을 유흥업소에 강제 취업시켜 1800만원을 갈취하고 피해자 부녀를 죽음으로 내몬 사채업자도 있었다. 일주일간 50만원을 빌리려는 이에게 선이자와 연장이자로 법정 상한(연 30%)의 100배가 넘는 연 3500%의 고리를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 김황식 총리 말대로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독버섯'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책에서 신고와 상담, 피해 구제를 연계하고 민원창구를 일원화한 것은 피해자의 재기를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단속 시한인 다음 달 말까지 건수 올리기 등 일과성 보여주기 행정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신고자가 보복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변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피해신고센터도 상시 운영해야 한다. 불법 사채업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불법 사금융에 대해서는 대부업법상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이 가능하지만 300만원 이하 약식벌금형이나 기소유예 등 경미한 처벌이 다반사였다. 철저한 단속 및 강력한 처벌과 함께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는 후속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단속과 별도로 미소금융ㆍ햇살론ㆍ새희망홀씨 등 서민대출상품을 통해 3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30조원으로 추정되는 불법 사금융 규모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자칫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의 자금줄을 말릴 수 있다. 서민금융 공급 규모를 늘리는 한편 신용등급 6~10등급의 저신용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의 문턱도 더 낮춰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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