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총선의 홍역을 치르는 사이 봄은 다가왔다. 추위로 개화가 늦어진다더니 서울 한복판에서도 어느 새 활짝 핀 벚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봄의 신호들은 부지기수다. 정치의 계절도 실감 나는 봄날씨처럼 변화를 예고한다. 국민은 여대야소 국면을 재현시키면서 여권 비중은 낮췄다. 정치권력의 균형을 원한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정치지형의 재편 속에 여전히 한겨울을 벗어나지 못하는 부동산시장은 어떤 변화를 맞을지 궁금해진다. 현재 집값은 안정돼 있고 전세시장도 잠잠한 상태지만 중기적으로 집값이나 전세시장 불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를 동시에 표명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관련 이슈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은 총선이었지만 각 당이나 개별 후보 차원에서 내건 공약은 적지 않았다. 임대주택 확대나 주택바우처 실시, 재건축ㆍ재개발 등에 대한 약속 등이 대표적이다. 여의도에 입성한 19대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급변하지는 않더라도 분명 시장은 또다시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복지 이슈가 부각된 상태에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은 개선될 전망이다. 번번이 도입에 실패했던 바우처제도를 여야가 나란히 주창했고 임대주택 확대에도 나서기로 한만큼 서민들까지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다. 우선 입주물량 감소가 예정돼 있다. 정보업체들이 분양기록을 기초로 종합해본 결과 2014년까지 아파트 입주는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1만가구를 넘겼던 입주물량이 올해와 내년 16만가구 선으로 줄어들고 2014년엔 14만가구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 그나마 1~2인주택이 대량 공급되며 위안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가족단위를 수용할 대표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재고주택 거래가 꽁꽁 묶여 있다. 비정상적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아파트 실거래 건수를 집계해보니 1분기 거래량은 8839건으로 1만건에 미치지 못했다. 작년 동기보다 절반 이상 쪼그라든 물량이다. 분양시장에서는 깐깐해진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쉽지 않아 건설사들이 쩔쩔매고 있다. 이제 공급자들은 주택시장의 변화를 선도해가야 할 처지다. 수요층의 태도는 절대적으로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과 전혀 달라져 있다. 곳곳에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최고치를 찍으며 "시장에 봄이 온 것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기도 하지만 분양에선 실패사례가 적잖고 주택 거래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시장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설익은 구호나 생각이 급작스레 현실화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은 그래서 나온다. 현 정권 들어 시작된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주택시장을 냉각시키는 등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돌린 것처럼 오류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보금자리주택 평가를 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연간 15만가구씩 공급하겠다는 공급량은 물론 입주자 선정기준, 사업시행자의 운영비 부담과 재정지원 부족 등 사업계획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나 분양 등 주택시장의 체력이 전방위적으로 약화된 마당에 처방전 순서만 잘못돼도 시장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등이 개발 위주의 도시계획 틀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어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제 총선은 끝났고 연말 대통령선거라는 빅 이벤트를 다시 앞두고 있다. 정치판이 모처럼 안정기를 맞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소민호 기자 sm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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