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피해 구제와 분쟁을 조정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어제 문을 열었다. 대한의사협회가 1988년 필요성을 제기한 지 24년 만이다. 환자는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고 공정하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고 의료인은 분쟁에 시달리지 않고 진료에 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는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쌍방 합의가 아닌 경우 대부분 법정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했다. 그로 인해 환자는 평균 2년2개월에 달하는 소송 기간과 과다한 비용, 전문 지식의 부족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의료인도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일부 환자나 이들 가족의 시위, 농성 등으로 부담을 안기는 마찬가지였다. 중재원의 출범으로 이제 조정을 신청하면 환자는 적은 수수료로 3~4개월 내에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인도 환자와 줄다리기하면서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대신 안정적으로 진료에 임할 수 있다. 양측 모두 법적 다툼을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정신적 고통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제도적으로 조정 신청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 할 수 있지만 상대가 수용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의료계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환자가 조정 절차를 증거 수집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고 무과실 보상 재원의 부담은 부당하다고 의료계는 주장한다. 중재원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 추천도 거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중재원은 필요한 의사 인력을 현재 다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구성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범한 것이다. 24년 전 중재 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 당사자가 의사들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반발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중재원의 설립 취지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의료인이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의료에 전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자는 게 아니다. 조정이 성립될 경우 의료인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시행해 가면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모쪼록 중재원이 의료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한편 감정 및 조정의 공신력을 높여 효율적인 분쟁 해결 기구로 안착하기를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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