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뜯어서 사용해 은행원 도움 필요-일련번호 관리 안해 지폐 추적은 어려워[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입막음' 대가로 받았다는 현금 5000만원 짜리 '관봉(官封)'은 은행의 도움이 없으면 시중에 유통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은행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봉은 한국조폐공사와 한국은행, 그리고 시중은행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어 일반인이 관봉을 접하거나 시중에 그대로 유통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봉은 조폐공사가 신권 지폐를 한은에 납품할 때 사용하는 형태로, 한은은 이를 다시 시중은행 본점에 전달하고, 본점에서는 다시 각 지점으로 보내 사용한다"면서 "각 은행지점에서는 통상 관봉을 뜯어서 현찰을 사용하는 만큼 관봉 형태로는 유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봉은 만원권 또는 5만원권 신권 지폐를 100장씩 묶은 10뭉치를 비닐로 압축포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인이 관봉을 입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액 현찰을 관봉 형태로 은행에서 인출했다면 해당 은행 직원과 아주 친밀한 사이로 봐야 한다"면서 "은행의 배려가 없으면 관봉 형태로 돈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령 은행 직원과 잘 아는 사이라 해도 신청 후 즉시 창구에서 관봉 형태로 현찰을 수령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상 5000만원 정도의 큰 돈이 인출되는 경우, 미리 본점에 요청해 추가로 관봉을 받아야 한다는 것. 관봉을 인출한 사람과 은행 사이에 미리 말이 오갔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또 관봉의 띠지에 기호ㆍ포장번호가 적혀 있고 관봉 안 지폐의 일련번호도 확실한 만큼 추적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한은이 시중은행에 지폐를 보낼 때 일련번호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어 지폐의 일련번호를 통한 역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한은 관계자는 "관봉의 기호 및 포장번호 역시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은에서 시중은행으로 돈을 보낼 때 또는 시중은행에서 고객에게 돈을 내줄 때 일련번호를 기록하지는 않는다"며 "일련번호를 통한 지폐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2000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고 있기 때문에 FIU를 통한 자금추적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방법으로 자금 출처를 확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FIU 관계자는 "각 은행이 FIU에 보고하는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 건수가 하루 4만 건에 달하는데다, 인출 시점도 불분명해 출처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며 "수사기관에서 협조 요청이 온다면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FIU에 관련 기록이 아예 없을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점장이 이 자금인출이 불법거래라는 것을 인지했다면 FIU에 보고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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