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SB리모티브 '해산 낌새' 알았나

지난달 말 갑작스레 독일行 계약차질 대비

이재용 사장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삼성SDI와 독일의 자동차 부품 회사인 보쉬가 합작한 2차전지 제조사인 SB리모티브가 해산을 검토 중이다. 지난 2월 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갑작스런 독일 출장의 배경에도 해산 등 차량용 2차전지 사업의 방향 변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21일 SB리보티브 해산설에 대한 질문에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하며 해산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삼성SDI는 공시 통해서도 "보쉬와 발전적인 방향에서 여러 가지는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 독일판은 19일(현지시간) 보쉬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SB리모티브가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쉬 대변인은 "삼성과 파트너로서 계속 협력해 나가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합작 회사의 해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이 같은 움직임은 보쉬가 2차전지 셀(CELL) 사업을 추진하기를 원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SB리모티브는 차량용 전지 사업을 위해 양사가 50% 씩 지분을 투자해 지난 2008년 설립됐다. 본사를 경기도 기흥에 두고 삼성SDI 측이 셀 연구개발 및 양산을 담당하고 독일 보쉬 측이 배터리시스템 및 영업을 담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핵심인 셀 사업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면서 해산설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지난 2월말 이 사장과 박 사장, 이진건 SB리모티브 대표의 독일 출장도 이 같은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BMW와의 협력관계 확대에 대한 논의가 주 목적으로 알려졌지만 해산의 경우를 대비해 공급이나 계약 조건 등을 조율하러 갔을 가능성도 있다. 당초 예정됐던 전시회 일정을 미루고 갑작스럽게 독일행을 결정한 점, 배터리 사업의 주축인 박 사장과 이 대표까지 동행한 출장길이었지만 보쉬와는 미팅조차 진행하지 않은 점 등이 근거다. BMW는 SB리모티브가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핵심 고객이다. 양사가 결별하게 되면 삼성SDI가 SB리보티브의 지분을 인수하는 수순을 밟을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삼성은 제품 생산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고객사 관리에 난점이 생긴다. 삼성이 보쉬와 손을 잡은 것은 세계 최대 차량용 부품회사의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BMW와의 단독 공급 계약 역시 보쉬와의 합작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이런 이유로 이 사장이 직접 향후 사태에 대비한 고객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삼성SDI는 SB리모티브의 해산 외에도 보쉬와의 관계 변화에 대비한 다양한 대책을 고민 중이다. 보쉬는 아직 독자적으로 차량용 2차 전지를 제조할 역량이 없고 삼성SDI의 주력인 소형 2차전지 부문의 고객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결별이 이뤄진다고 해도 양사의 관계에 당장의 큰 변화가 예상되지는 않는다. 삼성SDI 역시 이 부분의 고려해 협력의 틀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박지성 기자 jiseong@<ⓒ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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