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K씨는 6개월째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위층에 7살과 4살 아이들이 있는 가족이 이사온 후 하루종일 천장이 울리는 소음이 들린다. K씨는 "뛰어다니는 소리부터 공을 굴리는 것 같은 소리, 가구를 끄는 소리 등이 시도때도 없이 들린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의 층간소음 피해자 카페에 가입한 K씨는 궁여지책으로 천장에 저음용 스피커인 우퍼를 설치했다. 천장에 우퍼를 바싹 붙여 설치한 뒤 음악을 틀면 위층에도 소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정보를 들은 것이다. K씨는 "우리 집까지 음악 소리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중인 J씨는 얼마 전부터 '소음 일지'를 쓰고 있다. 매일 몇 시에 어떤 종류의 소음이 들리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J씨는 "위층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아들이 밤마다 시끄럽게 게임을 한다"며 "총 쏘는 소리나 게임 효과음이 새벽 세네시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이 문제로 위층을 수차례 찾아갔고 말다툼도 벌였으나 소음은 점점 더 심해졌다. J씨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갈등 증거가 필요하다고 해서 일지를 쓰고 정신과 병원에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그는 "소음으로도 피가 마르는데 이런 고생까지 해야겠느냐"며 피로를 호소했다. 전국민의 65%가 공동주택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해결 절차 때문에 대다수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가 해결 절차를 간소화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개설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15일부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 층간소음 측정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층간소음 문제를 중재하던 환경분쟁조정위원회보다 접수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층간소음은 각 시·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담당해 왔다. 조정을 신청하면 현장에 나가 사실조사를 한 뒤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시비를 가린다. 상호 합의가 가능한 수준이면 양쪽이 합의서를 작성하는 '알선'제도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불가능할 땐 조정위원회가 양쪽의 의견을 듣고 조정안을 작성, 30일 이상 기간을 정해 양측에 수락을 권고하게 된다. 의견 차이가 크면 '재정'제도를 이용해 배상액을 산출해 준다. 배상액 산출 통보를 받고 60일 이내에 양쪽 모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합의가 된 것으로 보지만 민사 소송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접수 절차부터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또다른 문제로 지적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시, 군에 민원을 넣은 것부터 내용증명 송달, 층간소음 일지 작성, 병원 기록이나 정신적 피해 기록 등을 접수 과정에서부터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층간소음 조정 신청은 2010년 전국에서 341건으로 생각보다 적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서울시의 경우 2011년 60건이 신청됐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아주 심하지 않으면 당사자끼리 해결하거나 그냥 참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웃사이센터를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가기 전 쉽게 해결을 꾀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피해자가 인터넷이나 전화로 불만을 접수하면 바로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피해자와 원인 제공자, 관리소장 등 관계인에게 전화로 조율을 시도한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외부전문가가 직접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 소음을 측정해주고 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안내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분쟁 조정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눠 책임을 가리는 과정이지만 우리가 하는 것은 '소통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며 "피해자가 시도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접수를 하려면 여러 불편을 겪게 되는데, 먼저 상담을 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한편 환경부는 현재 층간소음 피해기준인 주간 55데시벨(dB), 야간 45데시벨을 현실적으로 강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기준치가 너무 높아 층간소음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현재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집안의 냉장고, 텔레비전 등 소음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전기기구 등을 전부 끈 상태에서 5분간 소음을 측정해 평균치를 낸 뒤 피해기준을 넘었는지 판정한다. 55데시벨이면 사무실 정도의 소음으로 보통 가정에서는 이 기준을 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층간소음 피해기준은 비현실적"이라며 "연말까지 주간 50데시벨 정도로 기준을 강화하는 방법을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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