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열어라' 피자, 한 판에 여러 맛을 입히다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피자업계가 최근 경기 불황 타개를 위해 내놓은 제품들이 대박 메뉴로 급부상하고 있다. 가격 거품을 빼는 것은 물론 한 판에 두 가지 이상의 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것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한 것이다.

▲피자헛 '와우박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이 지난 2월 내놓은 와우박스는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40만개가 판매됐다. 하루에 1만판 이상, 3초에 한 개씩 팔려나간 셈이다. 와우박스가 홈서비스로만 주문 가능한 배달 전용 메뉴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와우박스는 '치킨ㆍ피자ㆍ파스타ㆍ포테이토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제품. 피자 한 판 가격에 네 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이는 이승일 한국피자헛 대표가 '지속가능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조한 덕분이다. 이 대표는 "선물상자처럼 열어보면 '와우(WOW)'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며 애착을 보였다. 사실 와우박스를 상품화하는 데 있어 수월했던 건 아니었다. 치킨을 먼저 구우면 피자가 식고, 피자를 만드는 사이 파스타면이 붇기 때문에 네 가지 메뉴의 조리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이 때문에 마케팅팀이 개발에만 9개월 동안 매달렸다. 이 덕분에 피자헛은 와우박스로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조윤상 한국피자헛 마케팅팀 이사는 "현재 와우박스의 판매 추세로 볼 때 빠른 시일 내에 밀리언셀러(100만판) 달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피자에땅의 '2판4판' 피자도 이색적인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 대표적인 제품. 우선 이름부터 강렬하다. 피자 두 판에 네 가지 맛을 낸다고 해서 '이판사판'이다. 기존 피자에땅의 1+1 마케팅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2만9900원의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맛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덕분에 이판사판 피자는 에땅의 매출 효자 상품이 됐다. 2월 기준 전체 판 매비중의 25%를 차지하며 매달 5~10%에 달하는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 재구매율도 높아 온라인ㆍ모바일에서 이판사판 피자를 구매한 고객들은 2개월 내 최소 1회 이상 재 구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자에땅 '이판사판' 피자

피자에땅 관계자는 "짬짜면 등과 같은 맥락에서 개발하게 됐다"며 "광고 콘티에 재미 요소를 더해 보다 쉽게 제품명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매출 상승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도미노피자의 '히든엣지 피자'는 토핑에만 집중해온 기존 메뉴와 달리 '도우'에 초점을 맞췄다.도미노피자 관계자는 "기존까지 도톰한 엣지 부분은 먹지 않고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피자를 끝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던 중 엣지 부분에 토핑을 채워 넣는 방법을 고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덕분에 히든엣지 피자는 지난해 6월 출시한 이후 역대 최단기간인 두 달 만에 100만판 판매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두 겹의 씬 크러스트 사이 에 두 가지 프리미엄 치즈를 얹은 '더블크러스트 프리모 피자'를 신제품으로 내놓고 '숨겨진 맛의 비밀' 콘셉트를 이어가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피자가 90년대처럼 특별한 날에 먹는 메뉴가 아니게 된 만큼 이제부터는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해야한다"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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