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15일 0시 발효... 무엇이 얼마나 바뀌나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젊은층이 즐겨 입는 리바이스 청바지의 미국내 가격은 보통 40~80달러다. 기본적인 블랙 스키니진(검정색 몸에 꼭 맞는 청바지)의 경우 미국의 인터넷 매장에선 40달러(4만5000원)에 판매한다. 그러나 이 청바지의 국내 가격은 16만8000원. 무려 3배가 넘게 차이난다. 오는 15일부터 리바이스 청바지를 비롯해 미국산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날부터 발효되면서 미국 수입 품목에 적용되던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를 비롯해 많은 공산품이 무관세로 들어오면 국내 판매가격이 내려가 미국에서 쇼핑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3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미FTA의 관세철폐 대상 1만2000개 품목 중 87%에 해당하는 1만440여개가 FTA 발효 즉시 철폐된다. 미국산 과일을 비롯해 커피, 와인과 화장품, 의류, 핸드백, 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국산 과일은 현재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국내 과일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체리는 현재 24%의 관세로 수입되지만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체리는 국내 수입량 중 80%가 미국산인 만큼 FTA 발효로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관세(24%)에 해당하는 금액 만큼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유통마진에 따라 가격 인하폭은 다를 수 있지만 1만원 짜리 한 팩(450g)의 경우 최대 2400원이 내려갈 수 있다. 또 건포도(21%)와 아몬드(8%)에 적용되던 관세도 철폐된다. 와인도 종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와인 시장의 10%를 점유하는 미국산 와인에는 15%의 관세가 적용돼 왔지만, 와인 역시 15일부터 무관세로 들여온다. 국내 여성들이 선호하는 미국산 화장품의 경우에도 8%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또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중 30개 이상이 미국 기업인 만큼 소비자로선 화장품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셔츠와 청바지 등 의류에 부과되던 13%의 관세와 넥타이 모자, 핸드백, 가방 등의 8% 관세도 FTA 발효 즉시 없어진다. 자동차는 2000CC 미만의 경우 발효 즉시 4% 관세가 인하된다. 5년이 지나면 모든 차량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된다. 특히 2000CC 초과 수입차에 대해선 개별소비세 경감까지 이뤄져 12%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다만 쌀과 쌀 관련 제품, 감자, 옥수수 등 곡물과 삼겹살과 닭고기,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 등은 당장 FTA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농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계절관세를 적용하거나, 점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 때문이다. 오렌지의 경우 국내 경쟁품목인 귤이 출하되는 시기에는 50%의 높은 관세를 적용해 들여오지만, 나머지 기간에는 무관세로 수입된다. 자몽(30%)은 앞으로 5년 후에, 키위(45%)는 15년 후에 무관세로 들여온다. 대표적인 외식 메뉴인 삼겹살(22.5%)과 닭고기(18~20%)는 앞으로 10년간 매년 조금씩 관세를 내린다. 이 밖에도 높은 관세가 적용되던 미국산 천연꿀(243%)은 2년 후에 관세가 철폐되며, 감자(304%)와 옥수수(324%), 식용대두(407%) 등 곡식류는 일정한 수준까지 무관세로 들여온다. 한미FTA 발효로 국내 물가를 낮추는데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유통기업 25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54.0%) 기업이 "FTA 발효 이후 미국산 수입상품의 판매가격을 내리겠다"고 답했다. 실제 와인 수입업체들은 15일부터 와인판매가격을 인하한다. 신동와인은 로버트 몬다비 등 전 제품의 공급가를 10~14% 인하하고, 금양인터내셔날도 칼로로시 등 전 제품의 공급가를 평균 10%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 효과가 빨리 체감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한다. 물가 측면에서 중점 관리 수입물품은 신속한 통관을 지원하고 수입해 놓고 가격상승을 기대해 시중에 풀지 않는 행위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을 펼칠 계획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FTA 효과를 저해하는 복잡한 유통구조, 각종 규제 등 우리사회 전반에 남아있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개선해 FTA 효과를 모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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