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②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도시를 꿈꾸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꿈의 주택'. 수명이 100년 가는 공동주택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다. 장(長)수명주택이다. 장수명주택에서는 공간을 상하, 좌우로 맘대로 이어붙일 수 있고, 확장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공간을 이동시킬 수도 있다. 지난 2005년 6월 국토해양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및 28개 민간기업,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등과 '장(長)수명 공동주택 연구단'을 발족했다. 노후아파트 재건축 붐으로 자원낭비, 사회적 비용 증대, 투기 조장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수명이 100년 이상 가는 아파트를 짓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5년 후인 2010년 6월, 연구단은 그간의 성과를 모아 아산신도시 내에 '장수명주택 실험주택'을 열었다. 장수명 실험주택은 각 기술요소를 통합해 실용화 가능성을 단계별로 적용했다. 1단계에서는 구조체와 외벽, 창호 등의 골조공사 및 전용면적 84㎡의 현장 적용성 평가를 완료하고, 2단계에서는 전용면적 50㎡를 대상으로 바닥개구부 구조실험을 통한 상하 수지통합(전용 50㎡+전용 40㎡) 및 세대확장(전용 50㎡+전용 10㎡) 2세대 통합 실험, 3단계로 온돌 시험 및 자재 재사용 등의 다양한 실험이 이뤄진다. 새로운 주거에 대한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최근 서울시는 2013년 서울시 뉴타운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의한 주택 멸실량이 6만5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국적으로는 주택멸실량이 10만가구를 넘어서며, 10년 이내에 매년 30만가구 이상 추가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계획을 준비 중인 서울시 뉴타운사업장은 총 74곳이다. 구별로는 ▲ 서대문구, 북아현3재정비촉진구역 등 재개발사업장 등 10곳, 71만3414㎡ ▲ 송파구 가락시영 40만5782㎡ ▲ 동대문구 35만38㎡ ▲ 양천구 32만7927㎡ ▲ 성동구 32만7639㎡ ▲ 성북구 31만6545㎡ ▲ 강북구 9만1463㎡ ▲ 중구 6만7272㎡ ▲ 광진구 5만8228㎡ ▲ 중랑구 4만9065㎡ ▲ 동작구 4만4223㎡ ▲ 구로구 4만3303㎡ ▲ 도봉구(3만1239㎡) 등이다. 여기에 당장 리모델링이 필요한 15년 이상 된 노후아파트도 올해 기준으로 350만가구를 육박하고 있다. 이렇게 낡은 아파트를 철거하고 도시를 재생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 비용뿐만 아니다. 환경 오염과 자원낭비는 더욱 심각하다.또한 주택소유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후손들에게도 큰 짐이 된다. 멸실주택 재건축문제로 사회 전반에 갈등과 반목이 심화돼 평화로운 시민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년 이상 장(長)수명 아파트를 건설, 지속가능한 주거공간 실현하는 미래지향적 신주택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 올해부터 장수명주택 '첫선'=그동안 주택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형성되고, 양적 개발과 관리, 기술부족 등으로 주택의 수명은 뒷전였다. 그저 빨리 짓는데 급급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주택 수명은 선진국의 1/3수준인 27년밖에 안 된다. 또한 낡은 집의 경우 재건축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집값 불안의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 주택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8년 '리모델링이 용이한 공동주택 기준 고시'를 통해 장수명 구조 시스템을 적용한 경우 용적율 20% 상향, 주택성능 등급 및 기둥식 구조시스템 적용시 기본형 공사비 16%까지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서울시도 2009년 구조형식에 따른 기본형 건축비 10%의 가산비용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SH공사는 2009년 장수명주택을 실용화기술을 개발, 현장에 적용할 태세다. 이르면 2012년 말쯤 분양에 들어갈 서울 마곡지구 아파트에 100년 주택 개념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를 10년 이상 진행해온 LH는 올해 내에 보금자리 주택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장수명주택을 지을 경우 기존 철근콘크리트구조보다 기본형 건축비가 평당 16만원 가량 더 들지만 장기적으로 큰 이득이다. 장수명주택은 100여년 이상 해체하지 않아도 되는 주택이다. 사실상 개념은 단순하다. 지금도 장수명주택이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다. 가령 철골로 구조체를 만들 경우 수명은 100년 이상 간다. 그러나 철골조로 할 경우 비용은 많이 든다. 구조체의 수명이 오래간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있다. 수요자가 집을 맘대로 고치고, 리모델링할 수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현재 실현을 눈앞에 둔 구조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보강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언제든지 공간 리모델링 및 확장, 이동, 통합 등을 간편히 하자는 것이다. ◇ 수요 변화에 대응 '가능'..자원낭비도 크게 줄여=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아파트 내부 기둥을 완전히 없애는 신개념 장수명 공동주택 구조 시스템인 '라멘구조(기둥ㆍ보 구조)'를 채택했다. 이 공법은 세대 내부에는 기둥이 없고 세대 가장자리나 모서리의 외곽부에만 기둥을 배치한다. 이를 아파트에 적용할 경우 통상 건물 한 개 층에 9개가 소요되는 기둥을 4개로 줄일 수 있어 실내 공간이 훨씬 넓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장수명주택은 10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가진 고정요소-기둥, 보, 내력벽-에 수요자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가변요소-가변벽체, 수납벽체, 천장재와 바닥재-등의 구성체계를 이룬다. 수평 혹은 수직으로 언제든지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만들어 100년 이상 사용 가능케한 주택인 셈이다. 장수명주택의 기본 원칙은 ▲ 내구성과 가변성을 동시에 달성해 ▲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고 ▲ 환경ㆍ에너지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주택이며 ▲ 거주자의 정주성을 높여야한다는데 있다.현재 연구단이 제시한 모델은 두가지다. 그 하나가 ▲ 근(近) 미래형으로 인접 공간 및 상하좌우 방향으로 통합ㆍ분리ㆍ확장이 쉬운 모델이며 ▲ 미래지향형으로 환경 변화, 건축술 및 각종 지원기술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거공간 자체가 통합ㆍ분리ㆍ확장됨과 동시에 자유롭게 이동가능한 미래형 주택모델이다.
장수명 모델이 개발될 경우 ▲ 재건축에 따른 비용 절감 및 건설폐기물 처리 감소 ▲ 저출산ㆍ고령화에 대응한 신주택 모델 개발 ▲ 주택자재 및 부품의 공장생산 확대로 환경 및 에너지 효율화 ▲주택산업의 녹색성장 기반 확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준영 LH 연구지원처 연구위원은 "장수명주택은 해체 후 재건설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간단한 방법으로 실별 통합ㆍ분리 등을 쉽게 하고 공간의 용도변경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주택"이라며 "자원 절약은 물론 건설폐자재에 따른 환경 오염, 콘크리트 배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수명주택에서는 다양한 주거양식 수용으로 주거문화 개선 및 건축기술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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