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어제 개인사업자의 연대보증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창업ㆍ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대책'을 내놨다. 대책에는 사업에 실패한 기업인의 재기를 돕는 방안도 포함됐다. 중소기업과 기업인을 '빚보증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해 창업과 기업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다. 연대보증은 담보 확보와 채권 회수에 집착하는 금융기관의 오랜 악습이다. 신용 평가나 사업성 평가 등 금융기관의 제 기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창업자, 영세사업자, 중소기업이 연대보증제의 주된 희생양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창업ㆍ중소기업 342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4곳 중 1곳이 연대보증으로 직간접의 폐해를 봤다고 응답했다. 과도한 연대보증은 창업 의욕을 꺾는 걸림돌이자 부도 기업인에게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됐다. 비단 기업만이 아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연대보증의 파편을 맞아 집안이 풍비박산 난 경우가 흔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마저 연대보증을 가리켜 '본인ㆍ친가ㆍ처가 3족을 멸하는 독버섯'이라 말했을 정도다. 금융위 대책의 골자는 연대보증 축소와 실패한 기업인에 대한 재기 지원이다. 오는 5월부터 개인사업자의 연대보증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렇게 하면 은행과 보증기관에서 대출ㆍ보증 받은 중소기업인 약 80만명 가운데 44만명이 5년 내 연대보증 부담을 덜게 된다는 것이다. 이름만 빌려준 속칭 '바지사장'은 연대보증을 서지 않도록 했다. 법인은 실제 경영자만 연대보증을 하고 공동대표자가 여럿이면 부담을 나눠 지게 된다. 옳은 방향이지만 오랜 관행을 끊는 데서 오는 '금단현상'이 우려된다. 칼자루를 쥔 금융기관이 한층 깐깐해지면서 창업자나 중소기업이 보증을 받거나 은행 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리스크를 이유로 금리를 크게 올려 받을 소지도 있다. 은행과 보증기관의 절제, 감독당국의 감시와 독려가 필요하다. 이번 대책에 박수만 보낼 수는 없다. 수십년 묵은 폐해를 이제야 고치겠다고 나섰다.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이다. 배경에 의구심을 보내는 눈길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개혁은 확실하고 과감하게 추진돼야 한다. 개인사업자의 연대보증 폐지 수혜 대상을 넓히고 이를 법인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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