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이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기로 했다. 그는 그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미리 퇴임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사공 회장은 오는 22일 무역협회 정기총회에서 퇴임한다. 사공 회장이 재임하는 동안 한국은 무역액 1조달러를 넘어선 세계 9번째 국가가 됐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유럽연합,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도 기여했다. 사공 회장의 보기 좋은 퇴임 선언과는 어울리지 않게 후임자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벌써부터 들려온다. 무역업계 일각에서 정부의 낙하산 인사 배제를 주장하고 나섰는가 하면 전직 장관 등 관변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역협회장은 무역인이 맡는 게 옳다. 무역협회는 회원들의 회비와 COEX 임대료 등으로 운영되는 순수 민간 경제단체다. 대한상공회의소ㆍ전국경제인연합회ㆍ한국경영자총협회ㆍ중소기업중앙회 등 다른 경제단체는 회원의 손으로 회장을 뽑는다. 정부 산하기관 기관장도 공모제로 선발하는 판이다. 민간 경제단체의 회장을 정부가 낙점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그동안 무역협회는 정부 산하기관처럼 여겨져 왔다. 1946년 창립 이후 16명의 회장 가운데 무역업계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관료 출신이다. 민간 회장도 사실상 정부의 암묵적 '인준'을 받았다. 회원사의 이익과 권익을 위해 앞장서기보다는 정부 대변자나 관변 행사의 대행기관 역할에 더 힘써 왔다는 비판을 듣는 이유다. 지금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던 때가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따로 있다. 무역 진흥을 위한 코트라(KOTRA)도 있다. 민간단체인 무역협회는 업계에 도움이 되는 선도적 역할, 즉 회원들을 위한 단체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무역환경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무역 1조달러'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수출은 2년만에 적자로 돌아설 만큼 상황이 엄중하다. 새로운 수출전략과 비전을 세울 때다. 선진국 사이의 빈틈을 공략하는 식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고부가가치의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만큼 협회가 해야 할 일이 많고 현장감각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낙하산은 안 된다. 회장 선출은 무역협회가 '무역 한국'의 중추단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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