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이들의 손길로 다시 태어나다

올해 12월 마치는 숭례문 복구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장인, 석장 이재순씨(왼쪽)와 제와장 한형준씨(가운데), 단청장 홍창원씨(오른쪽)의 모습. 이들은 요즘 숭례문 복구 공사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성정은 기자]돌. 기와. 단청. 길게는 1년 8개월, 짧게는 1년 동안 이 단청, 기와, 돌 등과 씨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숭례문 복구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장인, 석장 이재순(55)씨와 제와장 한형준(85)씨, 단청장 홍창원(57)씨가 그 주인공이다. 홍씨 등은 요즘 올해 12월 마치는 숭례문 복구 공사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숭례문 복구 공사는 화재가 있었던 2008년 2월10일 직후부터 벌어진 현장 수습, 발굴조사, 고증조사 및 설계 등 과정을 거쳤다. 고증 작업에만 4년이 걸렸다. 지금까지 전체 공정의 75%가 끝났으며, 현재는 좌우 성곽 복원 작업과 문루(궁문이나 성문의 바깥문 위에 지은 다락집) 조립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올 상반기엔 문루의 기와 잇기와 단청 공사가 진행되며, 하반기에는 화재 방재 시스템 설치와 지반 복원 등 주변 정비가 예정돼 있다. 숭례문 복구 공사 전체 공사비는 총 168억원이며, 공사 인원은 2만5594명이다. 문화재청(청장 김찬)이 제 2회 '문화재 방재의 날' 및 '숭례문 화재 4주기'를 맞아 숭례문 복구 현장 공개를 하는 10일을 이틀 앞둔 8일, 홍씨 등을 찾아 각 단계별 복구 현황과 현장 분위기를 들어봤다. ◆빠진 이를 다시 끼우듯..아래가 큰 돌, 위가 작은 돌= 숭례문의 문루를 받치고 있는 것을 육축이라고 부른다. 육축 양 옆으로는 일부 성곽이 남아있다. 육축과 성곽에 있는 훼손된 돌들을 해체하고 다시 새 돌을 다듬어 끼워 맞추는 작업인 치석을 맡고 있는 석조장은 이재순씨다. 이씨는 "지난 2010년 5월부터 불에 상한 돌들을 뜯어내고 전통방식으로 치석해 하나하나 크기를 맞춰 완성해 가고 있다"면서 "빠진 이를 다시 새 이로 갈아 끼우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석조 작업은 30여명이 하고 있으며, 지난 2010년 성곽 부분의 3분의 2정도를 완료한 뒤 지난해엔 주로 육축을 쌓는 일을 했다. 육축은 95%를 복원했고, 성곽은 윗부분인 여장(방어를 위해 활이나 무기를 사용하려 일정하게 구멍을 뚫어 만든 부분)돌을 치석하고 쌓고 있는 중이다. 이씨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공정이 바로 석조"라면서 "외관상 육축과 성곽 석조공정은 7월 중 끝나지만, 바깥에 박석(바닥에 까는 돌)을 까는 마당정리와 육축 내부에 치석으로 배수로를 내는 일들로 9월께나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우리나라 석조의 특징은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돌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인데, 이를 통해 안정감과 한국적인 건축미가 살아난다"고 덧붙였다.◆매일 같이 가마 옆을 지키는 이들=숭례문 복구 공사에서 기와 만드는 일을 맡은 장인, 제와장 한형준씨는 이 일을 시작할 때 기쁜 마음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전통 기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숭례문 복구 공사로 전통 기와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한씨는 "요즘엔 기계 기와 위주로 작업을 하는 분위기가 있어 숭례문 복구 공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입에 풀칠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숭례문 복구 공사가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이 공사를 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 기와를 알리게 돼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한씨는 평생에 가까운 70여년을 기와 만드는 일만을 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흙을 주무르고 가마 안에 기와를 쌓고 불을 지폈다. 불이 꺼지면 또 가마를 식히고 기와를 꺼내는 작업을 거듭했다. 그렇게 수십 년을 보낸 그가 이번엔 제와장 전수 조교 등 14명과 함께 가마를 지키고 있다. 이번 숭례문 복구 공사에 쓰일 기와를 만들기 위해서다. 흙을 가공해서 말리고, 가마 안에 기와를 쌓은 뒤 불을 지피기까지 16일, 가마를 식히는 데 3~4일이 걸린다. 불을 때는 내내, 가마가 완전히 식기를 기다리는 내내 가마 옆을 지켜야 하는 게 한씨를 비롯한 제와장들의 숙명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이 모든 과정으로 오직 손으로만 해왔다. 전남 장흥에 있는 가마와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학교 내 가마에서 지금까지 만들어낸 기와는 모두 1만5000장 정도다. 숭례문 복구 공사에 들어가는 기와 2만2000여장 가운데 70%를 완성한 셈이다. 한씨는 "현재 기와 납품 관행이 전부 기계 기와식으로 돼 있어서 수제 전통 기와를 만드는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사람들이 전통 기와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젊은 사람들이 전통 기와 작업에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단청 문양은 조선 초기 양식인 전남 강진 무위사 것으로=오는 5월께부터 들어가는 단청 작업은 단청장 홍창원씨가 한다. 홍씨를 포함해 총 30여명이 단청 공정을 하며, 이 작업은 올 하반기께 마무리된다. 홍씨는 2년 전부터 단청에 쓰일 안료에 대한 조사와 고증 작업을 해왔다. 안료는 돌에서 나오는 석채와 흙에서 채취한 뒤 열을 쪼여 만든 수간색 가루, 조개껍데기에서 나온 호분 등 천연재료로 만들어진다.그는 단청 문양과 관련해 "숭례문 단청이 담긴 사진 자료가 6건 있는데 1890년과 1954년, 1963년, 1973년, 1988년도 것"이라면서 "그 중 조선 초기양식을 가장 잘 반영한 1963년 단청 문양이 이번 숭례문 복구 공사에 쓰인다"고 했다. 숭례문의 단청 문양은 전남 강진 무위사, 충남 예산 수덕사 대웅전, 서울 창경궁 명전전의 것을 토대로 고증했다. 이 가운데 무위사 단청 문양은 1440년 전후의 것으로, 1963년 숭례문 단청 사진의 모습과 가장 닮아 있어 이번 숭례문 복구 공사에 쓰이게 됐다. 홍씨는 "단청 문양 형식들이 비슷한 게 많지만, 숭례문이 만들어질 당시 조선초기의 것을 최대한 고증해 우리의 색을 제대로 알리려 한다"고 전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오진희 기자 valere@사회문화부 성정은 기자 jeu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