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분석사 조근영 씨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면접 기회만이라도 한 번 잡아봤으면 좋겠습니다."지난해 11월 증권분석사 시험에 합격한 조근영 씨는 금융투자업계 분야에 취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하지만 그는 고졸이라는 멍에를 벗어나지 못한 채 합격의 기쁨이 좌절로 전이되는 터널 속에 있다. 물론, 올해 서른 여덟이라는 나이도 부담이지만 조씨에게 관심을 가졌던 회사들은 한결같이 '고졸'이라는 한 마디에 연락을 끊었다. 증권분석사 시험은 기업의 재무분석, 주식시세동향분석, 산업·경제동향조사 등을 평가한다. 증권분석사 시험 자격을 얻으려면, 1차시험인 금융투자분석사에 합격해야 하는데, 금융투자분석사를 취득하면 애널리스트 활동 자격을 얻는다. 조 씨는 먼 길을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 '문제아'로 불렸다. 그가 빠져있었던 건 나이트클럽 DJ. 그 바닥에선 나름 유명세를 떨쳤다. 조 씨는 스물 아홉살에 본격적인 사업을 해봐야 겠다고 마음먹고 클럽 문화가 정착돼 있는 캐나다로 건너갔다 다시 미국 LA로 옮겨 삶의 터전을 옮겼다. 조 씨는 클럽에서 파티를 기획하는 프로모터, 클럽 운영을 직접했다. "30대 중반인데 그곳 환경에서는 정상적으로 애를 낳고 가정을 꾸릴수 없었어요. 새로운 삶을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파이낸싱(재무)이 눈에 들어왔다. 현지에서 만난 페루 친구가 국제재무를 전공했다는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 '공부'라는 걸 처음 시작했다. 기초지식이 없어 1주일 내내 책을 봐도 한 권 독파가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암호 같던 숫자, 단어를 반복해 들여다보면서 이해가 됐고 책의 수준을 조금씩 올렸다.지금까지 읽은 관련서적이 600권. 대학 경영학, 경제학 커리큘럼에 있는 교재까지 섭렵했다. 그는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합격이 어렵다는 금융투자분석사 시험에 도전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 후로 투자자산운용사, 증권투자분석사, FP, 파생상품상담사 등 총 8개 자격증을 땄다. 올해는 3월에 실시하는 국제공인분석사를 준비 중이다. 그는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고 싶다. 지난해에는 고졸출신만 채용하는 전형만 골라 100여군데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모두 서류에서 탈락했다. 조 씨는 "합격, 불합격 여부를 떠나서 내가 업무를 할 수 있는 수준인지 실전에서 테스트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먼저 연락이 오는 곳도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블로그에 시간 날 때마다 쓰는데 이를 본 한 증권정보업체 인사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씨는 가장 먼저 학력, 나이 제한을 물어봤지만 인사담당자가 정식으로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해서 제출했다. 하지만 그 뒤로 연락이 없다. 그는 충격에 블로그도 닫아버렸다. 조 씨는 금융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을까 내심 불안하다. "지금까지는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고 달려왔지만, 학력과 나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좌절도 맛볼 것이고, 그러다가 언젠가 취직하겠다는 의지도 꺾이게 될지 모르겠다"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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