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 CEO들은 집무실 옆에 청음실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최근 오디오갤러리(Audio Gallery)를 통해 수입된 소너스 파베르(Sonus faber)의 아이다(Aida)는 국내에 들여오자마자 모 기업 회장이 구입했다고 전해진다. 아이다의 경우는 스피커만 두 개 세트로 1억 5000만원이다.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가격이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범주 안에서 이 정도는 '시도해볼 만한' 가격대다. 소너스 파베르는 ‘소리의 공방’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북쪽 마을 비트트 지역에 와이너리로 둘러싸인 공장이 위치해 있다. 이 한적한 공장에서 장인의 손길로 하이엔드 오디오가 만들어진다. 말하자면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셈이다. 이탈리아 바이올린을 만들던 장인이 만든 스피커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아이다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구석구석 닿아 있는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섬세하게 마감된 나무와 물결처럼 구부러진 곡선, 가죽까지 섬세하다. 사람들은 “이탈리아 장인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외양은 마치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울림통이 소리를 위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운 형태로 인식되는 것과 비슷하다. 수공예로 완성해야 하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일, 그래서 아이다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 소너스 파베르 공장, 수공예로 이루어지는 아이다 몸체
소리는 어떨까. 소너스 파베르는 일찍이 첼로와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를 가장 아름답게 구현해주는 브랜드다. 공연장 맨 앞자리에서도 포착할 수 없는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공연장 이상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는 오디오다. 그래서 “오디오를 사주면 곧장 퇴근하게 되는 덕에 남편의 바람기를 잡을 수 있다”는 농담까지 생겨나는 것이다. 이 아이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2012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선보인 뒤 권위 있는 온라인 오디오 전문지 ‘사운드스테이지’에서 2012년 슈퍼스피커 1위로 꼽히기도 했다.>>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의 빠른 진화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은 방대하다. 발전 속도 역시 꾸준히 신차를 선보이는 자동차 브랜드에 비견할 정도로 빠르다. 당장 아이다는 바로 이전에 출시된 모델과 비교해 무게가 달라졌다. 투입된 기술은 비슷하나 무게가 반으로 줄었고, 부피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나상준 오디오 갤러리 대표는 “오디오 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대해도 좋을 만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대거 선보일 해가 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조만간 국내에 소개될 제품 가운데는 신예 프랑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드비알렛(Devialet)이 있다. 이것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미래를 대변하는 제품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장본인으로 와이파이, 블루투스를 적용해 디지털 음원을 수준 높은 사운드를 재현한다. 드비알렛은 전 세계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아날로그에만 연연하지 않고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걸 방증할 상징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 조만간 국내에 선보일 드비알렛
도태되지 않고 시장에 대응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들 덕분에 국내외 수요 곡선은 꾸준히 상승세다. 국내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만 봐도 매년 40% 가량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2012년만큼은 변함없이 순항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고 향후 국내 오디오 시장은 ‘양분화’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오디오 시장의 양분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중저가 오디오(50~200만 원대를 중저가 시장으로 본다) 시장은 비관적이란 전망이다. 새로운 생존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도 한다. “중저가 시장의 비관적 미래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헤드폰, 젊은 세대들은 전화기나 태블릿 PC와 같은 기기로 음악을 듣고 있다. 기술이 발전했고 어지간한 헤드폰이면 음질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이들은 중저가 오디오를 따로 구비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나상준 대표는 지적한다. 오디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미래는 한결 같다. “CD 포맷이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다. 디지털 사운드의 질적 향상으로 디지털 음원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CD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에 반해 LP 시장은 다시 부흥하리란 전망이다. 일례로 1991년 ‘사운드스캔’이 미국의 음반 판매량을 집계한 이래, 2009년 들어 LP는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LP가 많은 양 생산되던 1991년보다 2009년에 더 많은 LP가 판매된 셈이다. 2009년 미국 내 LP 총 판매량은 250만장으로 2010년에는 280만장까지 성장했다. 그들은 2011년에도 4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점친 바 있다.
▲ 소너스 파베르의 아이다
현재 서구의 인디 레이블들을 포함해 메이저 레코드사에서는 신규 혹은 재발매 앨범들을 LP로 제작하고 있다. 때로는 LP 안에 음원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쿠폰을 넣어주기도 한다. 또한 턴테이블 회사들이 USB를 통해 LP의 사운드를 휴대기기에 담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하이엔드 오디오 회사를 통해 선보이는 플레이어들은 LP 특유의 음색을 지금의 CD 이상으로 구현하고 있다. 조만간 국내에 크로노스오디오(Kronos Audio)의 두 개의 플레이어를 탑재한 LP 플레이어가 소개된다. 이 역시 LP 시장의 성장을 감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 기술의 전이 사운드 기술의 발전은 생활 저변에 스며들게 된다. 지금의 텔레비전이 외관상 기술적 진화를 위해 애썼다면 이제는 오디오 기술이 접목될 때다. 얇아지느라 분투한 텔레비전은 이제 오디오에 전력하게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은 텔레비전 화면보다 사운드에 역점을 두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기존 텔레비전에 연결할 수 있는 사운드 바가 등장할 것이고, 어쩌면 이것은 조만간 기본 구성품이 될 것이다. 나상준 대표는 말한다. “신기술 개발이 어려워지면 금세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그러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고급 오디오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게 당연하다. 또 기술의 진화로 가격 대비 높은 수준을 겸비한 하이엔드 오디오가 대거 소개될 것이다.”
▲ 골드문트 환경을 적용한 거실의 예
골드문트(GOLDMUND)는 지난 해 프로테우스(Proteus) 기술을 개발했다. 스피커 음향을 방 환경까지 계산해 정확한 위상과 시간 축으로 청취자의 귀에 도달하게 하는 골드문트의 핵심 기술이다. 그리고 올해는 그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은 소개된 바 없지만, 곧 1000만 원대에 풀 세트로 구성된 골드문트 오디오가 등장할 예정이다. 기술은 발전하고 가격대는 낮아진다. 이로 인해 언젠가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이 오디오 시장 전체를 대변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전망도 가능하겠다. ※하이엔드 오디오(High-End Audio) 1970년대 이후 등장한 미국 신흥 앰프 회사들에 의해 형성된 시장. 높은 완성도와 우수한 성능으로 음질을 구현하는 최고급 오디오를 일컫는다. 채정선 기자 es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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