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엊그제 사퇴했다. 측근인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의 비리 연루설에 두 손을 든 것이다. 지난주에는 2009년 최 전 위원장이 정 전 보좌역을 통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일부 의원에게 5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퇴로 유야무야 넘어갈 일은 아니다. 검찰은 비리의 실체를 명확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 최 위원장에 대한 비리 연루 의혹을 낱낱이 밝히는 것과는 별개로 방통위의 위상도 달라져야 한다. 최 전 위원장의 방송ㆍ통신 정책은 한마디로 실패라는 게 중론이다.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 종합편성채널 선정, 미디어렙법 졸속 추진이 대표적 사례다.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는커녕 방송의 공공성이 흔들리고 광고시장은 엉망이 됐다. 케이블TV와 지상파 사이의 재송신 갈등도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정책 부재는 심각한 지경이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데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벤처기업들은 지금 먹을거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전문성 부족으로 새로운 IT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다. 제4이동통신사 선정, 망 중립성 문제, 통신료 인하 등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방통위가 부처 업무 평가에서 꼴찌를 한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막강한 힘을 휘두르며 방통위를 이끈 최 전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최측근인 그를 두 번이나 방통위원장에 임명한 대통령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최 전 위원장의 후임 인선이 중요한 이유다. 지금은 종편 선정과 같은 정치 편향성 프로젝트에 매달리지 않고 방통위 본래의 역할을 인식하고 미래의 방송ㆍ통신 융합 정책을 책임질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이름이 거론되는 후임 후보자들은 IT 분야에 문외한인 방송계 인사가 대부분인 데다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다. 문제가 있다. 방통위를 정책기구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측근 인사의 유혹을 떨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젊은 사고와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인물, 방송ㆍ통신과 산업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참신한 전문가를 발탁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