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달변가입니다.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면, "아~!"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그런 말을 던지는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그리고 그는 던진 말을 반드시 실천하기 때문에 더욱 더 설득력을 얻습니다.생각지도 못한 극단의 상황을 매치시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역설', 즉 '패러독스(Paradox)'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합니다. 이공계 출신(서울대 공업교육학과)이면서 인문학을 강조한 것에서부터 그의 역설적 경영관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지난 2009년 그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고유의 기술로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물리학의 기본 특성을 배반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트윕(TWIP) 강종이 대표적인 결과물입니다. 물리학적으로 단단함을 나타내는 '강도'와 얼마나 잘 늘어나는지를 의미하는 '연신률'은 양립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입니다. 트윕강종은 바로 두 가지 상반된 개념을 모두 조화시킨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정 회장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성공사례입니다.정 회장의 역설적 경영관은 '2%룰'로 더욱 발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정 회장은 새해 경영구상을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글로벌 경쟁사와의 영업이익률 격차를 현재보다 2%p 이상 더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의 철강사로 인정받는 배경은 뛰어난 원가 경쟁력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철강사와의 영업이익률을 비교ㆍ분석해 본 결과, 포스코는 아르셀로 미탈, 신일본제철 등에 비해 매년 영업이익률에 있어 평균 5% 이상 앞섰다고 합니다. 이 차이를 2%p 더 늘러 7%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정 회장의 의지라고 포스코는 설명합니다.철강업계에서 7% 차이는 누구도 쉽게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큰 간격입니다. 하지만 정 회장은 2009년 취임 뒤 줄곧 세계 1위 영업이익률을 유지했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굳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이런 가운데에서 2%p 이상 이익률 차이를 더 벌리겠다는 것은 경쟁사들이 따라잡기를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한, 정 회장의 선전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더군다나 정 회장은 이날 글로벌 경쟁사가 누구라고 지칭하지 않았습니다. 언급한 경쟁사는 포스코의 해석일 뿐입니다. 정 회장이 생각하는 진정한 '글로벌 경쟁사'는 삼성전자, 도요타, GE,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라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올 법 합니다.2%는 누구도 넘어서기 어려운, 초일류 기업으로 넘어서기 위한 마지막 고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이를 이뤄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정 회장의 포스코가 어떻게 경쟁사를 이겨 나갈지가 올해 한국 재계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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