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위기다. 남북 문제에서 특히 그렇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정보력 부재는 말할 것도 없다. 급박한 상황에서 남북 당국 간 메시지를 주고받을 창구조차 없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에 미국과 중국은 발 빠르게 북한과의 접촉에 나섰다. 중국과의 소통 단절은 가장 큰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미국, 일본, 러시아 정상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 하지만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는 전화 통화를 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에서 중대한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북한과 밀착된 중국과의 핫라인이 가동되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중국이 정상 간 전화 소통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 대미 편중외교라며 중국이 우리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외교적 결례를 넘어선 무례다. 중대한 사안에 정상 간 전화 통화조차 하지 못하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있으나 마나다. 중국은 즉각 핫라인을 가동하는 게 옳다. 중국의 오만한 태도와는 별개로 우리에게 문제는 없는 것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중국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새 체제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한층 증대될 것이다. 남북 관계 개선, 북한 핵 문제, 6자 회담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향한 여정에서 중국이란 높은 언덕을 넘어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는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면서 판이 새로 짜일 게 틀림없다. 우리도 이 과정에서 변방으로 밀려나지 않고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남북 간 채널을 복원하는 게 급하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의 외교관계 강화는 물론 중국과의 불통외교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들 주변 4강과의 외교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구축, 전략적으로 가동하느냐에 향후 한반도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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